나주시, 반남면사무소에 합동분향소 설치키로
"육남매 모여 밥 먹기로 했는데"… 슬픔에 잠긴 버스사고 유족들
"어린이날 온 식구가 다 같이 모여 저녁 먹기로 했는데"
전남 영암 미니버스 추락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육남매의 맏딸 오화순(60·여)씨는 2일 나주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입구를 서성이며 넋두리했다.

오씨의 어머니는 이번 사고로 숨진 나주시 반남면 주민 5명 중 김모(84) 할머니다.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남편과는 사별한 김 할머니는 쓸쓸하게 혼자 집에 남아있기 싫다며 평소 이웃과 함께 밭일하러 다녔다.

하루 품삯으로 받은 6만원 남짓한 쌈짓돈을 꼬깃꼬깃 꺼내 자식들 몰래 손자 손에 쥐여주고는 했다.

성가시게 뭐하러 오느냐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대식구가 한 데 모여 떠들썩한 저녁을 보낼 어린이날이 다가오자 하루하루 날짜를 헤아렸다.

"전화라도 자주 드렸어야 하는데. 나 살기도 바쁘다고. 이제는 하고 싶어도 못하네…"
말을 잇지 못하는 오씨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오씨와 한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린 오남매의 막내 김모(45·여)도 비통한 심정으로 상복을 차려입었다.

김씨의 어머니 문모(75) 할머니도 전날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특별한 여행을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문 할머니네 오남매도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되는 5일에 고향 집에서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육남매 모여 밥 먹기로 했는데"… 슬픔에 잠긴 버스사고 유족들
자식들이 넉넉하게 용돈을 챙겨줬음에도 바람 쐬러 간다며 집을 나선 문 할머니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문 할머니 또한 온종일 밭일을 하고 받아온 돈은 자신을 위해서 쓴 일이 없었다.

인근의 다른 장례식장에는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영암 시종면 주민들 빈소가 마련됐다.

반남면과 맞닿은 영암군 시종면 주민도 3명이나 숨을 거뒀다.

이 가운데 이모(83) 할머니와 김모(78) 할머니는 한마을에 살면서 누구보다 가깝게 지낸 사촌 동서지간이라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나주시는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를 반남면사무소에 차릴 계획이다.

영암군에 주소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한날한시 불의의 사고로 떠난 영암 시종면 주민 3명의 위패도 함께 모시기로 했다.

사망자 가족들은 사고 이틀째인 이날 각각 빈소를 꾸려 장례절차에 들어갔으며 합동분향소를 설치하자는 나주시 제안에 뜻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