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명의로 개설…폭력조직원 등 44명 검거해 3명 구속
'A/S까지 확실히, 명의자 관리도 철저히'… 대포통장 405개 유통
유령법인을 설립,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 수백 개를 만들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에게 팔아 30억원을 챙긴 폭력조직원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통장 구매자가 통장 사용에 불편함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려고 통장 명의자를 철저히 지인들로만 모집했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일 총책인 대전지역 한 폭력조직의 조직원 A(33) 씨를 포함해 대포통장 유통조직 14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공전자기록불실기재 혐의로 검거하고 A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동네 후배 B(26)씨 등 30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A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전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동네 후배 등 지인 명의로 허위 법인 82개를 설립,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 405개를 개설해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월 100만∼150만 원을 받고 통장을 팔아넘겨 총 3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최근 개인이 통장을 개설하는 절차가 까다롭게 바뀌자 비교적 여러 개의 통장 개설이 쉬운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 명의 통장은 개인 통장보다 거래 한도가 높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선호한다는 점도 노렸다.

통장 명의자가 통장에 있는 돈을 인출해 달아나는 일명 '먹튀'를 방지하려고 명의자로는 동네 후배 등 지인들을 끌어들였다.

명의자 가운데 3명은 A 씨 일당에게 돈을 빌린 뒤 갚을 형편이 안되자, "통장을 개설하는 방법으로 돈을 갚으라"는 이들의 꼬드김에 넘어가 통장을 개설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대포통장 개설이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A씨 일당이 폭력조직원임을 과시하며 협박해 어쩔 수 없이 명의를 빌려준 사람도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실제 A 씨 일당은 명의자가 통장을 만들어오지 못하거나 이 일을 그만두려 하면 둔기로 때리고, 협박해 은행 업무나 운전 등의 일을 시켰다.

또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가 비밀번호나 OTP 카드 등을 잃어버리는 등 통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명의자를 바로 은행에 보내 조치를 해 주는 사후 관리까지 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지역 폭력조직원들이 대포통장을 유통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 지난 3월 대전에서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이 허위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법무사 사무실 종업원 C(56)씨가 허위 법인 설립 등기 업무를 대신해 주는 등 범행에 가담한 것을 확인해 형사 입건하고 대한법무사협회에 위법행위 방지를 위한 홍보를 요청했다.

대포통장은 지급 정지 요청하고, 허위 법인 역시 폐업되도록 조치했다.

경찰은 또 대포통장을 사용한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강범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허위 법인 설립에 명의를 빌려주고 통장을 개설해 유통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며 "다른 사람에게 명의를 빌려줘서는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