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드루킹 사태’로 불리는 댓글 조작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원으로 확인된 파워블로거 ‘드루킹’(필명)이 동조 세력을 동원해 인터넷 포털사이드에 오른 기사에 달린 댓글에 집중적으로 ‘공감’을 클릭해 여론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어서다. 특히 정부 핵심 인사 등까지 공모해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려 했던 정황이 경찰에 잇달아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드루킹으로 불리는 김모씨의 댓글조작 사건 수사에 들어가 김씨와 공범 등 세 명을 기소한 데 이어 김씨와 주변인물의 활동자금 내역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이제까지 파악한 김씨 등의 혐의는 지난 1월17일 밤과 다음날 새벽에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포털사이트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 댓글에 집중적으로 공감을 클릭한 것이다. 이들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정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달린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 등 두 개 댓글에 614개의 포털 아이디(ID)로 각각 606번과 609번 공감을 클릭했다고 한다. 해당 댓글을 포털사이트 댓글창 상단에 노출해 네티즌이 다른 댓글보다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려고 공감 수를 조작한 것이다.

이번 사태로 온라인 여론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의도를 가진 일부 집단이 찬반 여론을 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론 조작에 무방비 상태인 포털업체들의 뉴스 서비스를 확 바꿔 댓글을 붙이는 방식과 찬반 공감 클릭으로 뉴스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방식 등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여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4, 5면에서 알아보자.

김주완 한국경제신문 IT과학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