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단장·살수요원 등에도 금고·징역 구형…유족 "엄벌해 달라"

검찰이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관련해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금고형을 구형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정시설에 수용돼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지만,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 점이 다르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구 전 청장에 대해 "불법·폭력시위를 막다 보면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한 생명을 잃었다"며 금고 3년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구 전 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총경)에게는 금고 2년을 구형했다.

살수 요원인 한모 경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최모 경장에게는 금고 1년 선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구 전 청장은 이 사건 시위의 총괄 책임자"라며 "현장 사전답사를 통해 살수차가 시야가 다소 제한된 측면에 배치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예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실에서 대형모니터 등으로 현장 영상을 보고 진압 상황을 보고받으면서도 다급하게 살수 지시만 하고 이에 상응하는 안전조치는 취하지 않았다"며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살수 요원에 대해서도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지휘자에게 보고하고 재확인 후 살수해 위험성을 최소화시켰어야 한다"며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 전 청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백남기님과 유족에 사죄드린다. 그날 이후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하지만 안타까운 사건은 극렬한 시위로 인해 경찰은 물론 시민들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전쟁터 같은 시위현장에서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재판 결과가 사회 안녕과 경찰의 법질서 유지를 위한 활동을 막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 역시 "구 전 청장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격한 시위현장에서 사명감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의 사기와 명예가 걸려있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본 백씨의 딸 백도라지씨는 "2015년 일어난 일로 지금까지 재판을 따라다니며 가족이 겪은 고통과 슬픔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나"라며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 이상 원만한 해결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구 전 청장)은 임기를 모두 마치고 징계 없이 명예롭게 퇴임했다"며 "법적으로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합당한 죗값을 치르도록 판결해달라"고 요청했다.

구 전 청장 등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 총궐기 집회 진압과정에서 살수차로 시위 참가자인 백 농민에게 직사 방식으로 물줄기를 쏴 두개골 골절 등으로 이듬해 9월 25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구 전 청장과 신 총경에게 살수차 운용 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업무상 과실이 있다며 재판에 넘겼다.

살수 요원이던 경장들은 운용 지침을 위반해 직사 살수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