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정치투쟁… 결국 항소 포기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이 항소를 포기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재판 보이콧’을 결행함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확인하고, 정치투쟁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는 분석이다.

법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 항소포기서를 제출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항소 기한인 지난 13일까지 법원에 항소장을 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13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항소 포기 의사를 밝힌 만큼 박 전 이사장의 항소 효력은 사라졌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상소는 피고인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지 못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1심에 이어 2심 재판도 거부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6일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없다”며 사법부 불신을 이유로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날 이후 법정에 나오지 않았고 검찰 구형과 재판부 선고까지 궐석으로 진행됐다. 항소 포기는 “재판 자체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2심도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사법부를 향한 냉소나 반발의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여론몰이식 ‘정치재판’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며 “정치투쟁의 결의를 비친 만큼 사법부와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항소 포기로 1심에서 징역 24년형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형량이 감형될 여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검찰은 1심의 박 전 대통령 혐의 중 일부 무죄 부분에 문제가 있으며 전체적인 양형도 부당하다는 취지로 11일 항소했다.

2심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오히려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항소심은 1심처럼 사건 전반이 아니라 항소 쟁점을 위주로 다루는데 검찰의 주장만 있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측이 할 수 있는 것은 검찰 항소에 대한 방어뿐이어서 보통의 경우는 1심 결과 그대로 나오거나 더 무거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