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텔레그램 비밀방에 3월3∼20일 115개 메시지에 기사 URL 3천여개 보내
김의원, 일반 대화방 32건은 읽고 가끔 "고맙다"…김씨 일당 휴대전화 170여개 압수
다른 정치인에게도 메시지 보내…"현재까지 확인된 범죄사실과 무관"
경찰 "김경수, 드루킹의 기사링크 3천개 하나도 안 읽어"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의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김모(48)씨가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비밀대화방으로 메시지 115개를 보냈으나 김 의원은 전혀 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16일 "대다수 텔레그램 메시지가 들어가 있는 비밀대화방에 기사 인터넷 주소(URL) 3천여개를 담은 115개 말풍선(메시지)이 있었던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언론보도 댓글과 관련한 자신의 활동을 보고 형식으로 김 의원에게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김 의원이) 그건 하나도 읽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대형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실린 기사 댓글의 추천 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사이트 운영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김씨 등 3명을 앞서 구속해 검찰에 송치한 뒤 범행 동기와 여죄, 공범 유무 등을 추가 수사하고 있다.

김씨 등은 올해 1월 1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4시간여 동안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을 활용, 문재인 정부 관련 기사에 달린 비판성 댓글에 반복적으로 '공감'을 클릭하는 수법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와 카페 등을 운영하며 과거부터 회원들을 동원해 문재인 대통령을 지원하는 댓글 활동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김씨는 김 의원에게 지난 2016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약 1년 4개월간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가운데 비밀방 메시지는 올 3월3일부터 20일까지 18일간 발송된 것으로 조사됐다.

메시지에 URL로 담긴 언론보도는 모두 최신 기사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씨가 특정 기사에 대해 무엇인가를 했다는 결과를 김 의원에게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김 의원이 확인조차 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는 김씨가 일방적으로 보낸 메시지를 김 의원이 확인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매크로 사용이나 1월 17일 댓글 추천수 조작 사실을 김 의원에게 보고한 내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말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범행 이틀 전인 1월15일 한 회원이 대화방에 올린 것을 내려받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앞서 2016년 11월부터 김 의원에게 비밀방이 아닌 일반 대화방으로도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대화방 메시지 32건은 행사 관련 사진 등이었고, 언론보도 URL을 보낸 경우는 지난해 6월3일 1건뿐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 1월22일 마지막으로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해 32건에 '읽음' 표시가 돼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1월22일 메시지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한 강연 관련 내용이었다.

김 의원이 일반 대화방의 메시지 32건은 모두 읽고 드물게 "고맙다"는 의례적 답변을 한 사실은 있지만, 현재 확보된 텔레그램 메시지만으로는 불법적 수단이 동원된 사실을 김 의원이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씨가 김 의원에게 메신저로 파일을 전송한 적도 있지만,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 수 있는 파일을 보낸 사실은 현재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정치와 관계없는 국제 동향 등을 보냈는데 현재까지 분석한 결과로는 김 의원이 문서파일을 열어본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구속된 김씨 등 3명 외에 공범 피의자 2명을 추가로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

추가로 파악된 공범 2명은 김씨가 경기도 파주에 사무실을 두고 운영한 출판사 '느릅나무' 직원이며, 민주당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 일당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댓글 모니터 요원 매뉴얼'은 김씨 본인이 아니라 이들 공범 중 한명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자신의 카페 회원들을 일본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으로 인사청탁했다는 내용을 자신들의 대화방에 올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가 이 내용을 김 의원에게 직접 보낸 것은 아니라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인사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김 의원 보좌관에게 텔레그램으로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에게도 협박 의도가 담긴 메시지를 보냈으나 김 의원이 메시지를 읽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압수한 휴대전화에 있는, 범죄 혐의가 있는 대화방 중 일부만 분석한 결과이고, 나머지는 계속 분석해봐야 한다"며 상당 기간 추가로 디지털포렌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김씨 일당의 휴대전화가 170여개로, 양이 너무 많아 이 가운데 133개는 분석 없이 검찰로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경수 의원 조사 가능성에 대해 "현재까지 김 의원이 관련됐다는 진술이나 객관적 증거가 나오지 않아 너무 앞서가는 얘기"라며 "지금 수사는 피의자들이 매크로를 활용해 여론을 조작했는지와 여죄, 공범, 목적을 수사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김씨가 김 의원 외에 복수의 다른 정치인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확인된 범죄사실과 관련되지 않았고,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어 확인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당시 김경수 의원 관련 내용이 서류에서 빠진 점을 두고는 "검찰로 송치할 때까지 분석한 자료에는 김경수 의원 텔레그램을 분석한 것이 없었고 이후에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