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 수거대란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 자발적 움직임
"비닐봉지 그만 쓸 때도 됐잖아요?"… 일회용품 사용자제 바람
"비닐봉지 그만 쓸 때도 됐잖아요?"… 일회용품 사용자제 바람
지퍼백에서 천 주머니로, 비닐봉지에서 에코백으로, 플라스틱 용기에서 유리그릇으로….
이달 1일 시작된 재활용쓰레기 수거 대란이 가져온 것은 혼란만이 아니었다.

일상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자는 자발적인 움직임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올해부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기 시작한 최모(34·여)씨는 지퍼백에 담아 보내던 기저귀나 간식을 이제는 천 주머니에 넣어 보내고 있다.

최근 이사한 직장인 김모(30)씨는 집들이 선물로 무엇이 필요하냐고 묻는 친구에게 가격대가 높은 브랜드 장바구니를 사달라고 했다.

두 사람은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비닐봉지를 분리 배출하지 말라는 안내에 따라 종량제 봉투에 비닐을 버리다가 엄청난 양에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부터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귀가 닳도록 들어왔지만, 실천에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웃었다.

이처럼 재활용품 수거 대란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주말마다 '리버마켓'을 여는 안완배(60) 감독은 다음 달부터 시장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고 장바구니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지침을 바꿀 계획이다.

5년째 리버마켓을 총괄 운영해온 안 감독은 장바구니 사용을 수차례 독려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장바구니 사용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손님들과 함께 폐 현수막, 버리는 천 등으로 장바구니를 직접 제작하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주부 정모(56·여)씨는 몇 년 전부터 집 근처 정육점을 갈 때면 비닐봉지를 받아오기 싫은 마음에 유리그릇을 항상 가져갔다.

그럴 때마다 유난스럽다는 시선을 받았는데 요새는 '나도 다음에는 그릇을 가져와야겠다'고 중얼거리는 손님이 여럿 생기는 등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정씨는 "날이 갈수록 집에 쌓여가는 비닐봉지를 보고 있자니 답답해서 시작한 일인데 이제는 젊은 사람들도 이런 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육아 정보 등을 공유하는 포털사이트 카페에서도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인증 사진이 잇따르고, 어떻게 하면 비닐봉지를 포함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글도 줄짓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신우용 사무처장은 "과거와 비교해보면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확연히 높아졌다"며 "환경문제가 자신의 삶에, 또 자식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자각에 따라 행동에 나서는 시민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닐봉지 그만 쓸 때도 됐잖아요?"… 일회용품 사용자제 바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