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묵씨, 4주기 행사서 토로…희생자 어머니는 '딸 향한 편지' 낭독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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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4주기를 앞두고 열린 추모 행사에서 생존자와 피해자의 어머니가 그간 겪은 죄책감과 가족을 향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세월호 사고 생존자 김성묵씨는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월 16일 약속 다짐문화제' 무대에 올라 낭독한 편지글에서 "나는 수많은 생명을 등지고 탈출한 살인방조자"라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단원고 학생들을 구출하다가 뒤늦게 배에서 빠져나온 김씨가 "누군가가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도 돌아서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 행사장 전체가 숙연해졌다.

이어 "병원은 세월호와 관련된 뉴스나 영상을 외면하고 생존자들과 연락하거나 대화하지도 말라고 했다"며 "병원에서 퇴원한 뒤 희생자 가족을 외면하고 가슴을 짓누르며 1년 동안 약과 함께 살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이후 작은 행동이라도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하는 분들을 만나고 나서야 가슴 깊은 외침을 함께할 수 있게 됐다.

함께여야 울부짖음이 아닌 울림이 되고, 그 울림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씨는 세월호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전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모두가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버텨내야 하는 나라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나라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단원고 정예진 학생의 어머니는 먼저 떠나보낸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무대 위에서 읽었다.

정 양의 어머니는 "지금이라도 '내 딸아', 하고 부르면 '엄마' 하고 방에서 나올 것만 같은데, 주인 잃은 방은 조용하기만 하다"며 "널 잃은 뒤로 모든 것이 아픈 나날이 돼 버렸다"며 눈물을 삼켰다.

세월호 4주기를 앞두고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기획된 이날 행사는 오후 9시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주최 측에 따르면 시민 1만5천 명이 광장에서 무대를 지켜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