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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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 없는 지역의 지방대생은 수혜는커녕 역차별을 받는 게 아니냐.”

올해부터 시행된 ‘지역인재 채용목표제’를 놓고 취업준비생의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의 시·도별 분포가 해당 대학의 분포와 일치하지 않는데도 정부가 ‘지방대 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탓이다.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로 ‘희비’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개정된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올해부터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109곳은 전체 신규 채용 인원의 18%를 지역인재로 뽑는다. 지난해까지 권고사항에 불과했던 지역인재 채용이 의무화됐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은 매년 3%포인트씩 올라 2022년엔 30%까지 늘어난다.
"30분 거리인데 지역인재 아니라니"… 역차별에 우는 세종시 옆 충남대생
지역인재는 각 공공기관이 있는 행정구역(시·도 기준) 내 대학을 졸업한 이들을 뜻한다. 하지만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이 시·도별로 균일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공기업에 인재를 공급할 대학 역시 행정구역별로 숫자가 천차만별이어서 수급의 불균형은 필연적이다.

18개 대학이 있는 충남엔 이전 공공기관이 단 2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다. 매년 12개 대학에 1만8000여 명이 입학하는 대전에는 이전 공공기관이 한 곳도 없다. 인근 세종시는 정반대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109개 중 17.4%인 19개가 몰려 있지만 4년제 대학은 고려대·홍익대 세종캠퍼스, 대전가톨릭대 등 3곳뿐이다. 대전·충남 취업준비생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전·충남이 지역인재 채용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공기업, “우리도 인재 발굴 애로”

공기업들도 지역인재 채용목표제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인재 풀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시행령 예외조항을 활용해 인근 지역 졸업생을 뽑으려는 시도가 있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쉽지 않다.

울산에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초 울산 출신은 8%만 선발하고 나머지 10%는 ‘지역본부 지사 5년 근무’를 전제로 부산·경남 등지에서 채용하려 했다. 울산에는 7개 이전 기관이 모여 있지만 대학은 울산대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2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울산시가 이전 기관 7곳에 “의무비율을 준수하고 시행령 예외조항을 적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면서 구상이 틀어졌다.

자연히 공공기관의 속앓이가 커지고 있다. 경남 진주의 한 공기업 관계자는 “탁상행정으로 제도가 조잡하게 만들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도 “국정감사 때마다 지방인재 채용 얘기가 나오는 등 정부의 관심사항이라 반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고 했다.

◆불만 쏟아지지만 팔짱 낀 정부

취업준비생 사이에선 이러다 공기업 채용 인원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인재 채용목표제는 전형이 모두 끝난 뒤 지역인재 목표치(올해 기준 18%)에 미달할 경우 정원 외 추가 합격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원 외 합격자를 예상한 공기업들이 최종 합격자를 애초에 줄여 발표할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게 취업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역인재의 범위를 넓히자는 목소리가 많지만 조율이 쉽지 않다. 이전 공공기관이 가장 많은 세종시는 대전·충남 등과 권역별 채용을 시행하는 방안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시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불이익이 발생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에 대비해 시행령 예외조항을 둔 만큼 지자체 간 협의로 풀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