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불법행위 가상소송 '시민법정' 재판장 맡아…"문제 알리는 것만으로 성과"
김영란 "베트남전, 꺼내기 어려워도 우리 잘못 이야기할 때"
"우리나라가 잘못을 했을 수 있고, 그 잘못을 교정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규명하기 위해 시민사회 단체가 마련한 '시민법정'의 재판장을 맡은 김영란 전 대법관은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시민법정은 1968년 민간인 학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 꽝남성에서 한국군으로부터 상해를 입은 베트남인 2명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가상의 소송이다.

김 전 대법관이 재판장을 맡고, 이석태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한국젠더법학회 회장)가 재판관으로 참여한다.

김 전 대법관은 "우리 역사에 과거사 정리, 세월호 사건 등 괄호를 쳐둔 부분이 많다"면서 "우리가 가해자가 되는 베트남전은 가장 꺼내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향해 항상 책임을 요구하던 우리가 가해자가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법관은 다만 "이번 모의 법정은 개별 참가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국가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논의하는 자리"라며 "형사 책임이 아닌 민사 책임을 묻는 재판을 진행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시민 법정이 베트남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에게 베트남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편적으로 알리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다"며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회견에 참석한 양현아 교수도 "우리나라의 인권 위상이 올라가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본다"며 "가해국으로 비치는 것을 불편해하기보다 우리 자신에 대해 반성을 할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시민법정은 오는 21일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첫 변론이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