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서 '미투' 세미나 열려…"성폭력 피해자 조사 시 질문방식 연구해야"
"사법절차에서 성폭력 2차 피해 없게 해야 '미투' 정착"
성폭력 피해자가 사법절차를 거칠 때 2차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만 지금과 같은 '미투' 운동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복주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겸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소장은 1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법학관에서 열린 '미투, 분노를 넘어 실천으로'라는 제목의 학술세미나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배 위원은 '형사사법 절차에서 성폭력 2차 피해 예방과 근절'이라는 주제로 발제하면서 "2차 피해는 성폭력 피해가 더 커지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며 "특히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등장하는 사람들과 절차는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낯선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배 위원은 신고에 대한 두려움, 피해자의 입증 책임, 2차 피해에 따른 고통, 피해자의 법적 권리 고지 미흡 등을 성폭력 피해자가 호소하는 사법 절차상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토론자로 참여한 대구 달서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 곽미경 경감은 "형사사법 절차에 2차 피해가 존재한다"고 인정하며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통념, 관련 법률과 제도의 미비 등이 원인"이라고 봤다.

곽 경감은 "성폭력 피해 신고가 지연된 경위, 거부하지 못한 이유, 피해 당시 상황 등은 수사과정에서 꼭 해야만 하는 질문"이라고 전제하며 "다만 질문방식을 상시로 연구·분석해 2차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서혜진 변호사도 토론자로 나와 "성폭력 피해자는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로 인해 인격권을 침해받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재판기관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상을 상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피해자만 보호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서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를 국선 변호사가 지원하는 '피해자 변호사'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돼 가는데 아직 이를 모르는 피해자가 많다"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면 2차 피해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