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사람처럼 '건강검진' 받아야 체질 개선"
일본 문부과학성은 최근 2년에 걸쳐 새로운 대학평가 방법을 개발했다. 대학별 논문 실적을 줄 세우는 데서 벗어나 대학마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구인력을 키워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평가 방법 개발 프로젝트를 이끈 아마네 고이즈미 일본 국립자연과학연구기구 교수(사진)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매년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듯이 대학도 주기적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대학 종합검진’에 나선 건 일본 내 대학교육의 위기감이 커져서다. 아마네 교수는 “THE 세계대학평가에서 도쿄대 순위가 2008년 17위에서 2018년에는 46위까지 떨어졌다”며 “일본 교육계에서는 ‘대체 뭐가 문제인가’ ‘일본 대학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건가’ 하는 의문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2016년 시작된 대학평가 방법 개발 프로젝트는 지난달 마무리됐다. 세계 최대 연구업적 분석기관인 엘스비어가 관련 통계를 제공했다.

아마네 교수는 일본 대학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아쓰미(atsumi)’라는 새 평가지표를 제시했다. 아쓰미는 일본어로 ‘두께’라는 뜻이다. 아마네 교수의 아쓰미는 일종의 분산 개념이다. 기존에 논문 수, 논문 질(논문 피인용 횟수)을 중심으로 각 대학을 평가했던 데서 나아가 ‘평균치에 가까운 성과를 내는 안정적 연구자가 얼마나 두텁게 형성돼 있는가’를 평가요소에 반영한 것이다.

가령 A대학은 ‘슈퍼스타’급 논문 하나가 평균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나머지 논문은 피인용 횟수가 한두 번에 불과한 반면 B대학은 피인용 횟수 평균과 근접한 논문들이 탄탄하게 쌓여 있다면 B대학에 더 높은 아쓰미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아마네 교수는 “아쓰미를 통해 대학별 특성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긴키대는 지방에 있는 신생 대학인데 각 대학 의학과의 아쓰미 점수를 매겨보니 굉장히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며 “대학 간판과 상관없이 우수 연구인력을 갖춘 강소대학을 가려낼 수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슈퍼스타 한 명에 의존하는 연구실은 지속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마네 교수는 “한국도 황우석 사태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슈퍼스타 한 명이 사라진 뒤 모든 연구가 ‘0’으로 돌아가는 건 결코 건강한 연구 생태계라 볼 수 없다”며 “노벨상은 한 연구실에서 3세대에 걸쳐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지속가능한 연구 기반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