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선거판?… '인권법'이 장악한 판사회의
대법원 내 자문기구격인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이끌 판사 대표에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선정됐다.

법관대표회의는 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상설화 이후 첫 정기회의를 열고 의장선거를 치렀다. 최기상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5기)가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를 제치고 의장으로 뽑혔다. 최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전국 각급 법원에서 참석한 116명의 법관 대표가 투표에 참여했고 최 부장판사는 93표를 받았다.

부의장으로 선출된 최한돈 부장판사도 ‘강성 진보’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인 최 부장판사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를 위해 구성된 현안조사소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의혹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천지법에서 ‘사표 파동’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의장 후보로 경쟁한 김태규 부장판사는 23표를 받는 데 그쳤다. 김 부장판사는 양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하는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과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 인물이다. 선거 결과를 두고 한 판사는 “(국제) ‘인권법 실세설’을 확인해준 결과”라며 “진보 대 보수로 나뉘어 대립하는 정치판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려의 시선도 커지고 있다. ‘사법행정을 견제하겠다’며 대법원 자문기구격으로 출범한 법관대표회의가 결과적으로 ‘김명수 코드’로 채워지면서 악영향이 만만찮을 것이란 시선이다. 일부 법관 사이에서는 ‘김명수 친위대’를 조직한 꼴이라는 날선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날 법관 대표로 정기회의에 참석한 한 지방법원 판사는 “의장·부의장은 물론 주도하는 사람도 모두 자기 사람으로 채운 자문기구가 사실상 친위대지 무슨 견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이 바쁘기도 한 데다 ‘인권법’이 주도하는 분위기 때문에 많은 법관이 나서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법관전보인사제도 개선 △좋은 재판과 법관전보인사·지역법관제도 △배석판사 보임기준 및 지방법원 재판부 구성방법에 관한 안건 △사법발전위원회 규칙·운영 등에 관한 법관대표회의 입장 전달 △지방법원 합의부 대등재판부화 △법관대표회의 게시판의 자율적 운영에 관한 의견 등이 논의됐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