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럼비아의대 차지욱 교수팀 '미국의사협회지'에 논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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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에게 안전하다고 알려진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 계열의 항우울제가 태아의 뇌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뇌 영상촬영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SSRI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양을 조절하는 우울증 치료제다.

임신 중 우울증이 태아의 뇌 발달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약 30년 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많은 임산부가 이 계열의 항우울증제를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로토닌이 태아의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항우울제 복용에 따른 세로토닌의 변화가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임신중 항우울제 복용이 태아 뇌 구조에 영향…첫 확인"
미국 뉴욕 콜럼비아의대 소아청소년정신과 차지욱 교수팀은 뇌 이미징 기법을 이용해 산모의 항우울제 복용이 태아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뇌 구조 변화와 큰 상관관계가 관찰됐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이날 발표됐다.

연구팀은 산모를 ▲ 우울증+SSRI 복용군(16명) ▲ 우울증+약물 비복용군(21명) ▲ 우울증 없는 대조군(61명)의 3개 그룹으로 나눠 이들에게서 태어난 평균 3∼4주차 영아의 뇌를 MRI로 촬영하고 복합적으로 분석했다.

이 결과 우울증으로 SSRI 계열의 항우울제를 복용한 그룹은 다른 두 그룹에 견줘 인체의 기억, 감정에 관여하는 뇌의 편도체(amygdala)와 섬피질(insular cortex)의 크기가 커져 있었다.

또 정보 전달 통로 역할을 하는 뇌 백질(white matter)과의 연결성도 SSRI 항우울제 복용 그룹에서 유독 증가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를 두고 연구팀은 어떤 식으로든 SSRI 계열의 항우울제가 태아의 뇌 구조 발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결론지었다.

다만, 이런 결과가 장기적으로 아이에게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해서는 더욱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차 교수는 "SSRI 항우울제 복용에 따른 세로토닌 레벨 변화가 태아 및 영아의 뇌 발달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산모와 태아에게 안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