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6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선고공판을 열고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대부분은 유죄로 인정됐다.

기소부터 선고까지 354일 만에 내려진 1심 결론이다. 박 전 대통령 공판은 매주 네 차례씩 집중 심리를 해왔다. 피고인 방어권을 제한하는 과도한 속도전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서둘렀음에도 공소사실이 많고 복잡해 100차례의 공판을 거쳐야 했다. 관련 수사 기록만 12만 쪽에 달했다. 그동안 법정에 나온 증인만 모두 138명(중복 포함)이었다. 1심 재판 자체가 사법 역사에 남을 진기록이었다.

장기전 끝에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18가지 중 16가지를 유죄라고 인정했다. 검찰 공소장의 내용 대부분을 유죄라고 판단하면서 핵심 줄기인 ‘박-최순실 공모관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이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활용됐다. 정황증거지만 사실상 핵심증거로 공모관계 인정의 근간을 받쳤다.

탄핵심판 당시 대리인이었던 황성욱 변호사는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공모행위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냈다는 사실만으로 공모로 유추한 것은 비약”이라며 “아들이 물건을 훔치면 아버지도 공모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의 주요 판단은 최씨 재판의 1심 판단과도 같았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죄 혐의에는 이 부회장 1심 재판부와 다른 판결을 내놨다. 소위 ‘승계작업’이나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살시도’ 등 말 3마리 구입비와 보험비 36억5943만원 전액을 뇌물로 인정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