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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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음악계에서 상대방을 비판·조롱하는 ‘디스’ 문화로 인해 한 힙합 가수가 법정에 서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남성 래퍼 블랙넛(본명 김대웅·사진)을 여성 래퍼 키디비(본명 김보미)를 모욕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블랙넛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총 네 차례 공연 무대에서 공개적으로 “나 솔직히 키디비 사진 보며 ×쳐봤지” 등의 가사로 랩을 하며 음란행위를 연상케 하는 몸짓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가 된 공연은 12세 이상부터 관람 가능해 관중에 미성년자들도 있었다는 게 키디비 측 설명이다.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이 사실을 접한 키디비 측이 작년 11월 고소장을 제출해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이번 고소건은 힙합 음악계의 디스 문화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여느 모욕 사건과 구별된다. 디스 문화는 힙합 가수들이 상대 가수를 비판·조롱하는 가사를 주고받는 것을 뜻한다. 흑인들이 음악을 통해 백인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화가 생겨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에서는 장애인이나 노인 등을 비하하고 상대를 지나치게 모욕한 힙합 가수들이 논란이 돼왔지만 법정에까지 서게 된 가수는 블랙넛이 처음이다.

키디비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지윤 변호사는 “디스 문화라고 이해하기엔 가사 수위가 지나치고, 키디비와 블랙넛은 방송 촬영 중 스쳐 지나가며 묵례만 한 번 했을 뿐 안면도 없는 사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이미 작년 5월 한 차례 고소해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도 공연에서 모욕적인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명백히 고의적이고, 반성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