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공회의소가 신임 회장과 선거 당시 경쟁자 간 갈등 심화로 제23대 회장단을 구성하지 못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지난달 19일 임기를 시작한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이 선거 과정에서 자신과 맞붙은 특정인을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 측도 회장단 구성에 반발하고 있다.

3일 부산상의와 상공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달 16일 23대 집행부 출범을 위한 임시총회에서 회장에 선출된 뒤 5인 전형위원회를 구성해 부회장단 18명과 상임위원 30명을 선출하기로 했다.

신임 회장은 취임 전 회장단을 꾸려 3년 임기를 함께 시작한다. 하지만 허 회장은 취임 후 보름째 부회장 18명과 상임위원 30명에 대한 인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허 회장은 “23대 상의 운영은 내가 맡기 때문에 나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지 같이갈 수 없는 사람까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기간 상대 진영에서 내게 동반 사퇴를 요구한 사람(박수관 와이씨텍 회장)을 부회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의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회장단 구성을 조만간 완료하겠다”고 덧붙였다.

상대 진영은 장인화 동일철강 회장이다. 허 회장은 선거 후 장 회장 측과 상공의원 및 회장단 구성을 일정 비율로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동반 사퇴를 요구한 사람’은 지난해 12월 장 회장이 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6개월가량 허 회장과 치열한 선거전을 벌인 박수관 회장이다.

장 회장 측은 “박 회장은 한 번도 부회장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지만 박 회장이 회장단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의가 사기업이 아니라 공공 목적의 기관인 만큼 내부와 상공계 화합 차원에서 인사와 회장단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