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출신 차태진 AIA생명 사장의 '뚝심 현장경영'
다국적 생명보험회사 AIA생명의 차태진 사장(사진)은 2016년 2월 취임 직후부터 두 달간 600여 명의 직원과 ‘도시락 오찬’을 함께했다. 이후에도 거의 매주 직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소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원·주임급 직원과 함께 미술관 관람 등 저녁 문화행사를 즐기는 ‘액티브 나이트’ 프로그램도 수시로 펼치고 있다. AIA생명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원과 자주 만나며 ‘현장 감각’을 잃지 않아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차 사장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취임 3년차를 맞은 차 사장의 이 같은 ‘뚝심 현장경영’이 보험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른 기업에서도 CEO가 직원과 식사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직원과 거의 매주 만나면서 소통의 시간을 보내고 사기를 북돋우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차 사장은 국내 보험업계에서 설계사 출신으로는 처음 CEO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10여 년간 현장 설계사로 일한 차 사장의 경험과 노하우가 경영철학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것이 AIA생명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차 사장은 1992년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 액센츄어에 입사했다. 하지만 3년 만에 당시에도 ‘밑바닥 영업’으로 불린 보험설계사로 전직했다. 1995년 푸르덴셜생명에 입사해 1996년부터 1998년까지 3년 연속 ‘보험왕’에 올랐다. 차 사장은 영업 역량을 인정받아 2009년 미국계 생보사인 메트라이프생명 영업총괄 상무에 취임한 이후에도 책상에 앉아 있지 않고 영업 현장을 돌아다녔다.

이 때문에 차 사장은 보험설계사 사이에서 대표적 롤모델로 꼽힌다. 3년 연속 보험왕에 오른 성과뿐만 아니라 현장 설계사의 고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처우 개선에 주력하는 CEO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직원 사기를 올리고 소통을 강화한 차 사장의 ‘현장 경영’은 AIA생명이 2016년에 이어 지난해 2년 연속 당기순이익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AIA생명은 작년 사상 최대인 28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생보업계 평균 보험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약 4% 늘어난 데 비해 같은 기간 AIA생명은 세 배가 넘는 15% 증가했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지난해 3분기 기준 311%로, 감독당국의 권고치(150%)를 두 배 이상 웃돈다.

차 사장은 “모든 임직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직원은 물론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