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일본군 위안부 참상' 세상에 알린 안점순 할머니 별세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구순잔치에서 환하게 웃던 모습. 수원시 제공


경기 수원에 거주하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용담 안점순 할머니(1928~2018)90세를 일기로 30일 별세했다. 안 할머니 별세로 일본군 성노예 피해 생존자는 29명으로 줄었다.

암 투병 중이던 안 할머니는 아주대학교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수원시는 안 할머니의 빈소를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하고 내달 1일까지 수원시민사회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시는 시청 로비에 안 할머니의 추모 분향소도 운영한다.

1928년 서울시 마포구에 태어난 안 할머니는 1942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3년여 동안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1942
년 어느 날 안 할머니의 마을에서 일본인들이 여성들에게 모이라고 한 후 트럭에 태웠고, 그렇게 할머니는 끌려갔다. 이 때 나이 14살 되던 해였다.

이후 기차를 타고 평양, 중국 북경·천진을 거쳐 모래만 보이는 곳으로 끌고 갔다. ‘위안부생활이 시작됐다. 생전 안 할머니는 짐승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지옥 같던 3년을 죽을 힘을 다해 버텼다.

안 할머니는 해방 후 밤낮을 걸어 1946년 고향(복사골)으로 돌아왔다. 마을 어귀에서 어머니와 극적으로 만났다.

집에 돌아와 석 달을 앓은 안 할머니는 1990년 수원으로 이사왔고 1993년 같이 살던 막내 조카딸의 신고로 끔찍했던 위안부의 기억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할머니는 수요집회
, 아시아연대회의 등에 참여해 일본군의 만행을 증언하며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5
12한일 위안부 합의후에는 합의 무효를 외치며 일본 정부의 위로금수령을 거부했다. 지난해 38일에는 독일 레겐스부르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순이) 제막식에 참석했다. 레겐스부르크 소녀상은 유럽에 처음으로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었다.

난해 1213일에는 수원 웨딩팰리스에서 구순 잔치상을 받았다. 수원평화나비 주최로 열린 이날 잔치에서 할머니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축하객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다.

안 할머니와 꾸준히 인연을 이어 온 수원시는 지난 38일 안점순(90) 할머니의 삶을 다룬 헌정 영상 안점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다.

안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수원시와 인터뷰에서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내 청춘은 돌아올 수 없다면서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 곁에 와서 (사과의) 말 한마디라도 하는 게 원칙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이제라도 사죄 한마디 하면 다 끝날 일이라며 일본 정부의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염태영 시장은 안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해 안점순 할머니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면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염 시장은 안 할머니가 받지 못한 사과를 반드시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한편
안점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 여상은 수원 iTV 홈페이지(http://tv.suwon.go.kr), 네이버 TV, 수원시 유튜브 채널, 수원시 공식 SNS 등에서 볼 수 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