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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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사진)이 최근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 대해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당사자인 검찰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아서다.

문 총장은 29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정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상상하기 힘들다’ ‘미심쩍다’ 등의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주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됐는데 수사종결은 일종의 사법 판단으로, 그런 기능까지 논의했을지 미심쩍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사법기능 중 하나인데 그렇게 논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그런 논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 그렇게 생각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검찰을 배제한 채 수사권 조정안을 만들고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에게 직격탄을 날린 모양새다.

조 수석과 박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한인섭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박재승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수차례 모여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권한을 줄여 경찰의 수사 재량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수사종결권에 대해서는 지금은 경찰이 모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해야 한다. 최근 정부의 잠정안에는 경찰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할 수 있는 등 경찰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총장은 진행 중인 수사권 조정의 구체적 경과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안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저희 의견을 반영할 기회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한 견제구를 날렸다.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점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작년 8월 업무보고에서도 대통령께서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는 원샷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다”는 설명이다. 자치경찰제는 기존 경찰 업무를 중앙정부 소관인 국가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자치경찰로 나눠 중앙통제식 경찰권을 전국에 나눠 운영하는 제도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커질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로 꼽힌다.

문 총장은 “중앙집권적 단일 조직인 국가경찰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며 “이런 일제 식민지 시대의 단일 통치 시스템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강공을 펼쳤지만 청와대 반응은 미지근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총장이 말하는 자치경찰제 부분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자치경찰제는 자치분권위원회가 다룰 문제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