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변호사의 금융 · 보험 바르게 알기 (13)] 보증계약은 파산의 도미노
보증은 남의 빚을 대신 떠안는 것으로 개인은 물론 기업이 줄도산하는 원인이 되어 왔고, 이혼이나 자살 사건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자기가 대출받았다가 갚지 못해 책임을 진다면 그나마 덜 억울할 텐데, 자기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대출금을 다른 사람을 위해 대신 갚아야 하니 돈은 돈대로 날리고 바보 취급까지 받다보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보증이 사회문제가 되다보니 보증인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아무런 대가 없이 호의로 이루어지는 보증으로 인한 보증인의 경제적 · 정신적 피해를 방지하고, 금융채무에 대한 합리적인 보증계약 관행을 확립함으로써 신용사회 정착에 이바지하고자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보증인보호법’)이 만들어졌다. 보증인보호법의 해석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판결이 최근 대법원에서 선고되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사건 개요

A대부회사는 대출중개업자를 통해 ‘B가 800만 원을 대출이율 연 34.9%로 정하여 대출받기를 원하고, C는 위 대출채무를 연대보증한다’는 내용의 대출신청을 받고는 B에게 대출을 실행하였다. A회사는 B로부터 ‘채무자 B’, ‘연대보증인 C’로 기재된 대부거래약정서 및 연대보증계약서를 제공받은 뒤, C에게 전화를 걸어 연대보증 의사가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C는 위 통화에서 “B는 동네 지인으로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 B의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 의사가 있다. 또한 B가 A회사에 건네준 연대보증계약서와 신용정보동의서는 내가 자필로 작성하여 팩스로 보낸 것이 맞다”라며 보증의 의사를 표시하였으며 이 통화 내용은 A회사에 그대로 녹취되었다. 이와 같은 C의 말을 믿고 A회사는 B에게 800만 원을 대출해 주었다. 하지만, C는 이후 대출중개업자의 안내를 받아 그대로 전화통화에 응하였을 뿐 보증할 의사가 없으며, 새로운 연대보증계약서 작성 요구도 거부하고 B의 연체된 채무도 갚지 않고 있다. A회사는 B가 연체한 대출금을 C에게 받아낼 수 있을까?

2. 법원은 보증의 의사가 서면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보증책임이 없다고 판시

대법원(2016다233576)은 위 사안에 대해 사실상 C에게 보증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구 보증인보호법은 제3조에서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이는 보증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게 함으로써 보증 의사의 존부 및 내용에 관하여 분명한 확인수단을 보장하여 분쟁을 예방하는 한편, 보증인으로 하여금 가능한 한 경솔하게 보증에 이르지 아니하고 숙고의 결과로 보증을 하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보증인의 서명에 대해 제3자가 보증인을 대신하여 이름을 쓰는 것이 포함된다면, 보증인이 직접 자신의 의사표시를 표시한다는 서명 고유의 목적은 퇴색되고 사실상 구두를 통한 보증계약 내지 보증인이 보증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보증계약의 성립을 폭넓게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이는 경솔한 보증행위로부터 보증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구 보증인보험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게 된다. 이 사건에서 비록 C가 연대보증계약서에 자필로 서명하였다고 통화한 사실이 있기는 하나, 이후 대출중개업자의 안내에 따라 거짓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고 맨눈으로 보더라도 필체상 C의 필체가 아닌 B가 임의로 쓴 것으로 보이는바 C가 보증인보호법 제3조에서 정한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을 통하여 보증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3. 보증인보호법 제3조는 폐지됨

그렇다면 이와 같은 보증인의 면책 주장은 지금도 가능할 것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위와 같이 보증인을 강력하게 보호해 주었던 보증인보호법 제3조는 2015. 2. 3. 법률개정을 통해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개정법률은 부칙 제6조에서 ‘보증인보호법 제3조 삭제’는 2016. 2. 3.부터 시행되며, 다만 2016. 2. 3. 이전에 체결되거나 기간이 갱신된 보증계약에 대해서는 위 보증인보호법 제3조가 여전히 적용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필자는 보증인보호법 제3조가 삭제된 원인과 논의배경 등을 찾아보기 위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이나 국회 의사록 등을 모두 확인해 보았으나 이를 찾을 수는 없었다. 보증인보호법 제3조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는 경우 계약의 일반원칙으로 돌아가 보증인이 전화통화 등을 통하여 보증의사를 분명히 표시하였다면 보증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보증인보호법은 여전히 보증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할 것을 요구하고, 보증기간을 갱신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서면으로 특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근보증 등의 경우 전화통화 방식으로만 보증의사를 확인했다가는 또 다른 분쟁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금융기관이 채권자로서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채무자의 채무관련 신용정보를 보증인에게 제시하고 그 서면에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을 받도록 하는 보증인보호법 제8조는 여전히 유효하므로, 금융기관에 해당하는 은행, 증권사, 신협, 보험회사, 카드사 등은 보증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이를 위반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전점검이 필요하며, 보증인의 경우에도 전화로 경솔하게 보증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채무관련 신용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함으로써 위험한 계약에서 조기에 벗어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도형 <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

학력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행정법 석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로스쿨 졸업(LL.M.)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 제7기 수료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7기 수료

경력

제44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4기 수료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한국금융연수원 교재집필 위원(리스실무)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위원회, 스타트업 · 규제혁신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석유공사 계약심의위원
법무부 해외진출 중소기업 법률자문단 자문위원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