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서 관련 심포지엄…"언어·관습 달라 어려움 많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이 서툰 한국어, 입에 안 맞는 음식, 다른 문화와 생활습관 등으로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성홍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과장은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개최한 '다문화가정 출산 지원을 위한 현황과 대책'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발제문 '베트남의 출산·육아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사회, 현황 및 고충'을 발표했다.

주 과장은 "2016년 다문화가정 출생아 수는 1만9천431명으로 전체의 4.8%에 이르고 산모의 출산 연령이 비교적 낮아 우리나라의 인구 증가와 출산율 증대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여성결혼이민자들은 문화적·언어적 차이로 고통과 한계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문화가정 출생아 수는 2012년 2만2천90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차츰 줄고 있으며, 2013년과 2014년 각각 4.9%로 최고를 기록했던 전체 출생아 대비 다문화 비율은 2015년 4.5%로 떨어졌다가 2016년 4.8%로 반등했다.

2016년 다문화가정 출생아 산모의 국적은 16.2%가 한국이었다.

83.8%의 외국인 산모 가운데서는 베트남이 32.3%로 가장 많고 중국(24.3%), 필리핀(7.6%), 캄보디아(4.0%), 일본(3.9%), 미국(2.4%), 태국(1.6%) 등이 뒤를 이었다.

주 과장은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을 인터뷰한 결과 '의사소통'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으며, 사회주의권에 살며 평등적 노동관을 갖고 있다가 한국의 가부장적 여성관과 갈등을 빚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임산부에게 좋다고 알려진 음식들이 한국에서는 금기시되기도 하고, 베트남에서 해롭다고 여기는 음식이 한국에서는 권장되기도 한다.

베트남 임산부들이 공통으로 꼽는 어려움은 미역국을 먹는 것이라고 한다.

주 과장에 따르면 베트남 여성 A씨는 "베트남에서는 아기를 낳은 뒤 고깃국을 먹는 것이 전통인데 미역국에서 나는 참기름 냄새가 참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고, B씨는 "생소한 미역국을 먹는 게 내키지 않았으나 시어머니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베트남의 경우 출산하면 약 한 달간 목욕하지 않는 것이 관습인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아 당혹스러워하는 산모가 많다고 한다.

주 과장은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이주한 베트남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는 물론 육아 단계에서도 주변의 도움을 얻기가 쉽지 않아 아기가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병을 키우기도 한다"면서 한국어 교육 확충, 병원 등에서의 통역 지원 강화, 정부의 산후 도우미 서비스 확대, 문화 차이에 대한 가족의 이해 등을 제안했다.

한국다문화연대 이사장인 정의식 국립중앙의료원 다문화가족진료팀장은 '다문화가정센터 운영을 통해서 본 의료보건학적 현황'이란 제목으로 발표에 나서 "지난 1년간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데도 병원에 가지 못했거나 중도에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다문화가족이 10.6%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다문화가족이 몸이 아플 때 주로 이용한 의료기관은 병·의원 73.3%, 약국 13.0%, 한의원 5.9%, 보건소 4.6%였다.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가장 힘든 점으로는 의사소통(38.7%), 의료비 부담(26.4%), 교통 불편(5.4%), 복잡한 이용 절차(3.6%) 등을 들었다.

2011∼2017년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다문화가족 5만5천919명 가운데 산부인과 환자는 4천677명(8.4%)으로 소화기내과 5천602명(10.0%)에 이어 두 번째였다.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인 전정숙 평택대 교수는 '다문화 산모를 위한 정책 제언'을 통해 "국제결혼을 앞둔 한국 남성들에게 아내 나라의 문화를 가르치는 과정을 마련해야 하며 결혼이주여성에게도 출산 후 일자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 미역국 꼭 먹어야 하나요?" 다문화 산모들 남모를 속앓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