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수일투족 담는 직장 CCTV…사생활 간섭·퇴사협박 도구로

직장갑질119 "직장인 삶과 직결…노동부가 대책 마련 나서야"

"CCTV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해요.

핸드폰 본다고, 앉아있다고 전화를 해요.

잠시라도 TV를 보면 근무태도를 지적하고, 가끔은 캡처해서 단톡방에 올리기까지 합니다.

"(서비스업 A업체 직원)
시민단체 조사 결과 직장에서 CCTV를 악용해 직원에게 '갑질'을 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 119'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총 37건의 CCTV 관련 갑질 제보가 접수됐다고 27일 밝혔다.

제보를 내용별로 분석한 결과 보안 등을 목적으로 설치한 CCTV를 직원 감시에 이용한 사례가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업주가 징계 근거로 제시한 사례도 10건이나 됐다.

서울의 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B씨는 업주가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통해 매장 곳곳에 설치한 CCTV 영상을 수시로 확인하며 사사건건 지적을 했다고 제보했다.

B씨는 "이런 일이 가끔이면 그러려니 할 텐데 항상 보고 있는 걸 아니까 행동 하나하나 조심스럽고 누군가에게 감시당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수영장에서 일한다는 C씨는 "유아풀을 비추고 있어야 하는 카메라가 강사실을 비추고 있다.

근무 태도를 확인하거나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는 용도로 쓰인다"면서 "여성 강사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CCTV에 찍히게 돼 수치심까지 느낀다"고 털어놨다.

감시는 보복성 징계로도 이어졌다.

서울의 한 택시회사 직원 D씨는 근로조건과 관련해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려다가 '퇴사 협박'을 당했다고 제보했다.

D씨는 "사장이 (근로조건과 관련해 직원끼리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CCTV 다 돌려봤으니 사실대로 말하라고 하더라. 퇴사 조치까지 할 수 있다며 협박까지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업체 직원 E씨는 업무와 무관한 사생활까지 간섭받은 경험을 전했다.

그는 "겨울에 추워 퇴근 5분 전에 원격으로 차량 시동을 걸어놓으니 사장이 CCTV로 보고는 원격시동 걸지 말라고 하더라"라면서 "이건 정말 미친 갑질 아니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장갑질119는 "이런 문제를 알리려고 고용노동부를 찾아가면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로 떠넘기고, 신고센터를 찾아가면 노동부나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가라며 떠넘기는 '핑퐁'이 반복되는 사이 회사는 '빅 브러더'가 되고 CCTV는 갑질 도구가 됐다"면서 "직장 CCTV는 직장인의 삶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노동부가 나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