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수능 최저기준 폐지 영향 / 출처=한경 DB
<표>수능 최저기준 폐지 영향 / 출처=한경 DB
교육부가 대학들에게 대입 수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26일 교육부와 대학들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3일 4년제대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세부사항을 안내하며 수능 최저기준 폐지시 사업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렸다.

이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2년간 입학사정관 인건비 등을 국고로 지원받는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대부분 주요대학이 해당된다. 교육부는 평가지표 가운데 ‘수능 성적의 합리적 활용 및 개선 노력’(100점 만점에 3점)과 관련해 “수험 부담 완화 측면에서 수능 최저기준 폐지를 권장한다”고 언급했다.

수능 최저기준이란 학생부 위주 평가인 수시전형에서 각 대학이 설정한 성적 커트라인이다. 수시전형에 합격해도 이 기준을 충족 못하면 최종 불합격 처리된다. 예컨대 서울대는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수능 국어·수학·영어·탐구 4개 중 3개 영역 2등급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교육부는 수능 최저기준을 수시전형에 정시 요소를 가미하는 요소로 판단했다. 즉 수능 최저기준 폐지 유도는 대학들이 “수시는 수시답게, 정시는 정시답게” 운영해 수험생 부담을 줄이라는 취지로 풀이할 수 있다.

문제는 수능 최저기준 폐지가 대입을 준비해온 수험생들의 당락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란 점이다. 게다가 올해 입시인 2019학년도 대입부터 당장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고3 수험생들이 대비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뿐더러 대입전형계획 공표 시기를 특정한 고등교육법(제34조의5)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 탓이다. 대학들은 해당 법 조항에 따라 지난해 4월에 2019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이미 발표, 수험생들도 이에 맞춰 대비해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수능 최저기준 폐지 유도는 2020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된다. 교육부가 법을 어겨가며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당해연도뿐 아니라 최근 3년간 대입전형 운영 내용을 평가한다. 따라서 올해 입시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폐지하지 않는 대학은 향후 사업 선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부는 사업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입장. 송 과장은 “수능 최저기준 폐지를 유도한 해당 평가지표 배점을 상향 조정한 것도 아니다. 8월에 있을 대입제도 개편의 ‘포석’으로 받아들여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들 생각은 다르다. 정부가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였다.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 돈줄을 쥐고 대학에 수능 최저기준 폐지를 종용한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자율’과 ‘유도’라고 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사실상 ‘강요’와 ‘압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문재인 정부는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대학을 옥죄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학을 이렇게 다뤄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또 다른 대학 입학처장도 “명백히 부당한 종용이라고 판단되면 대학들이 (수능 최저기준 폐지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능 최저기준 폐지가 핫이슈로 떠오른 것은 대입제도 전반의 개편을 앞뒀기 때문이다. 대입에서 수능 영향력을 줄이려는 교육부의 ‘전초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교육 당국은 수시·정시를 통합하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일면서 전날(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수능최저 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원합니다’ 제목의 청원에는 하루 만인 이날 오후 3시 기준 약 4만6000명이 참여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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