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대학이 늘어날 전망이다. 대입에서 수능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얘기다.

수시 '수능 최저기준' 없어지나… 교육부, 대학에 폐지 권고
25일 각 대학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대학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세부사항을 안내하며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권고했다. 안내문을 통해 교육부는 “수험 부담 완화 측면에서 폐지를 권장한다”며 “수시모집 내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축소·폐지는 (사업 대상 선정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정한 대입 정책 방향에 따라 입시 요강을 짜는 대학엔 재정 지원을 해주겠다는 얘기다. 형식상 ‘권고’지만 한 푼이 아쉬운 대학들은 대부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상위권 대학들이 선호하는 대입전형 요소다. 서울대만 해도 지역균형전형에 응시한 수험생은 국·수·영·탐 중 3개 영역에서 수능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학교별 ‘수준 차이’를 감안하고, 일부 학교의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전남대 등 지방 거점 국립대도 대부분 수능에서 최저기준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는 수능 절대평가 시행과 ‘패키지’로 함께 거론돼왔다.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차원이다. 학교 내신과 교사들이 써주는 학생부 기록을 토대로 대학에 들어가는 수시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수능까지 대비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권 일반고를 비롯해 전국 단위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과학고 등에 재학 중인 고교생들에겐 성적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중학교에서 ‘난다 긴다’ 하는 학생들이 모인 상위권 고교일수록 내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1이나 고2 학생들은 내신 관리를 위해 전학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들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수시의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들은 2018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70% 이상을 수시모집으로 선발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의 수시모집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한 학교는 125곳에 달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