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면서 관심은 유·무죄 여부와 형량에 쏠리고 있다.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선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되면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년을 구형한 박근혜 전 대통령 못지않은 검찰의 높은 구형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MB, 뇌물·횡령 유죄 인정 땐 최소 10년형"
◆뇌물과 횡령죄가 형량의 주요 변수

구속영장청구서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크게 여섯 가지 죄목으로 분류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특가법상 조세포탈 △특가법상 국고손실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이다.

가장 형량이 무거운 뇌물죄가 전체 형량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받은 다스 소송비 약 67억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원, 민간영역 불법자금 약 36억원 등 111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본다.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5억원이 넘어가면 대법원 양형 기준은 징역 9~12년을 권고한다.

횡령도 형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경법상 횡령죄는 50억원 이상 이득을 봤으면 5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이다. 횡령액이 300억원 이상이면 5~8년형이 권고된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를 실질적으로 소유·운영하면서 33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삿돈을 유용하는 등 35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혐의도 형량이 만만찮다. 검찰 주장대로 다스 회계 조작을 통해 법인세 31억여원을 포탈한 것이 인정되면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이 가능하다. 국고손실과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이 인정될 경우에도 각각 법정 최고형 기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5년 이하 징역, 7년 이하 징역이다.

◆“최소 ‘징역 10년 내외’ 중형 불가피”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형법은 죄를 여러 개 저지른 경우 가중 규정에 따라 최대 45년의 유기징역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판사 출신의 중소 로펌 대표변호사는 “법원의 사실관계 판단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혐의의 일부만 인정돼도 최소 징역 10년 안팎의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판사 재량에 따른 감경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형법은 범인이 자수하거나 자백하는 등 참작할 사유가 있으면 선고형을 절반으로 감형할 수 있도록 한다. 현직 법관은 “형량을 낮출 대표적인 요소가 전과가 없는 것과 진지한 반성인데, 이 전 대통령은 10번이 넘는 형사처벌 전력이 있고 혐의 대부분을 부인 중이어서 감형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달 징역 30년이 구형된 박 전 대통령보다 더 높은 형량이 구형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공통적으로 ‘정치보복 프레임’을 강조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더 명백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금융지주회사 회장 임명과 비례대표 공천 등 직접 청탁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받은 돈을 본인이 사용했다면 형량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기간이 만료되는 다음달 10일 전까지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