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에 몰린 교원성과급제가 당분간 유지되는 것으로 확정됐다. 현행 70%인 차등지급률을 50%로 내리는 선에서 조정이 이뤄졌다. ‘보너스’ 재원으로 100이 주어졌을 때 절반은 나눠 갖고, 나머지 절반만 등급에 따라 차등지급한다는 의미다.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문제에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방침에 이은 김상곤호(號)의 잇단 속도 조절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과급 전면 폐지’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 ‘차등지급률 조정’으로 타협

교원성과급제 '존속'… 차등지급률만 50%로 낮춰
22일 서울교육청 등에 따르면 인사혁신처와 교육부는 최근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급 차등지급(격차) 비율을 70%에서 50%로 축소하는 성과급 지급지침을 각 교육청에 내려보냈다. 올해 성과급 지급분(3~4월 예정)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최고인 S등급을 받은 교원과 최저인 B등급을 받은 교원의 성과급 차이는 173만9920원에서 128만8400원으로 줄어든다.

당초 교원성과급제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폐지를 언급한 데다 교원단체들도 일제히 없애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교조, 서울교육청은 작년 6월에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성과급제를 없애고, 수당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교육부 역시 교직의 특수성을 들어 교원단체 의견을 인사처 등에 전달했다. 하지만 다른 공무원 간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폐지가 아니라 축소로 결론이 난 것이다.

현재 교육부를 포함해 5급 이상 공무원은 모두 호봉제 대신 연봉제 적용을 받고 있다. 6급 이하에는 차등성과급제를 시행 중인데 차등지급률은 100%다. 현행 수준만으로도 교원은 다른 공무원에 비해 강도가 약한 성과급제를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교원평가 둘러싼 논란 더 커질 듯

‘존치’로 결론이 나자 전교조는 성과급제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교원 간 불필요한 경쟁을 일으켜 학교 현장을 황폐화했을 뿐 아니라 교원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교조에 따르면 지난해 교사 10만4000여 명이 성과급제 폐지 서명에 참여했다. 정부 지침을 무시하고, 성과급을 똑같이 나눠 갖는 ‘성과급 균등분배’에 동참한 교원도 8만7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전교조 주장이 힘을 얻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원성과급은 교육청 자치 사무가 아니라 중앙정부의 고유 권한이다. 성과급제 완전 폐지를 주장했던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이날 이렇다 할 반발 없이 침묵을 지켰다. 전교조 외에 다른 교원단체도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교원성과급제는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도입됐다. ‘교원의 전문성 향상과 사기 진작’을 위해선 경쟁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조치였다. 민·관 위원회가 꾸려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첫해엔 일반 공무원처럼 차등지급률을 100%로 했지만 이듬해 교사들이 보너스 반납운동을 펼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차등지급률이 10%로 줄었다.

급격한 변화를 교직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차원이었다. 70%까지 오른 것은 이 같은 ‘사회적 합의’의 소산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차등지급률을 50%로 축소한 이번 결정은 그간 추세에 역행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교육부가 교원성과급제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고교 교장은 “존폐 여부보다 교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동휘/구은서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