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국가안보실 주관으로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국토교통부, 한국가스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화재안전대책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렸다. 지난해 말부터 대형 화재참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지난달 6일 출범한 TF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3600여 명의 청년 인력을 뽑아 준공 후 30년이 지난 전국 200만여 개 노후 건물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계획을 이날 공개했다. 일부 기관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소방안전 검사를 비전문 인력이 맡아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가 ‘청년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통령의 뜻’이라며 강행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작 두 달 교육받고 현장 투입

정부가 앞장서 전국 200여만 개 노후 건축물을 대상으로 소방, 가스, 전기 등 소방안전 분야 전수 검사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일부 대형 건축물만이 대상이었고 다른 건물은 해당 건물주가 민간업체에 조사를 맡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소방청은 청년들을 조사요원으로 채용한 뒤 오는 6월부터 두 달간 교육한 후 현장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두 달 동안 소방, 전기, 가스 분야 교육을 거친 뒤 전국 노후 건물 200만여 개를 대상으로 안전 체크리스트 항목에 위배되는 것이 없는지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단독] 단 두달 교육시켜 소방안전 조사?… 청와대 "청년고용 대통령 뜻" 강행
하지만 비전문가인 청년 실업자들이 두 달 동안 교육만으로 소방안전 조사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관련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들도 현장 조사에 투입하려면 최소 1~2년은 걸린다”며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물 현장조사를 하면 책상에서 배운 이론과는 달리 수백, 수천 가지 특이사항이 나온다”며 “두 달 교육만으로는 이런 특이사항들을 제대로 발견할 수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지식과 경험을 갖춘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담당해 온 안전 분야를 두 달간 교육받은 비전문 인력들이 검사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아무리 기초교육이라 할지라도 두 달이라는 시간 자체가 물리적으로 짧은 데다 3600여 명에 달하는 인력을 교육시킬 수 있는 인프라도 현재로선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청년 인력이 조사를 맡긴 하지만 전문가도 동행할 예정”이라며 “전문가를 지원하는 보조인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년 뒤 3600여 명 계약 해지하나

전수조사를 청년 인력들에게 맡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해당 소방본부 및 지방자치단체 담당인력 혹은 민간 전문가들이 조사를 맡았다. 정부는 당초 소방안전관리자, 가스기능사 등 안전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청년들을 채용하려고 했으나 인력 모집이 힘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격증이 없는 청년들도 뽑기로 했다.

소방청 소속 기간제 공무원으로 채용되는 청년 인력들에겐 최소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당 40시간 기준으로 올해 한 달 최저임금은 157만3770원이다. 향후 2년 동안 3600여 명에게 들어가는 인건비는 최소 1359억원에 달한다. 연장근로 및 교육비, 전수조사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하면 소요 예산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층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수조사를 마친 뒤 청년들의 계약을 해지할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소방청은 일단 2년 동안만 근무하는 기간제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가 청년 고용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3600여 명에 이르는 청년 인력들의 계약을 일제히 해지하는 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