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상임이사 동시 공석 눈앞…재단사업 차질 우려
재단설립동지회, 각종 의혹 제기한 시민단체에 공개토론 제안
진상규명·왜곡대응 속도 내던 5·18재단…격랑 속으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과 왜곡대응을 주도해온 5·18기념재단이 이사장과 상임이사 동시 공석이라는 초유의 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5·18재단은 2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김영진 신임 이사장 거취와 최근 응모원서 접수를 마친 차기 상임이사 선출에 대한 안건을 오는 22일 이사회에서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이사회는 이사장과 상임이사 모두 공석으로 남겨둔 채 회기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로부터 '밀실추천' 의혹을 받아온 김 이사장이 더는 이사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고, 상임이사 공개모집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깜깜이 추진' 주장을 제기함에 따라 의견을 한데 모으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양래 현 상임이사는 이달 23일로 3년 임기를 마친다.

그는 차기 상임이사 공모에 응하지 않아 임기가 끝나면 15명 이사진 가운데 한 명으로 돌아간다.

만약 이사회가 김 이사장의 업무 복귀를 설득하고, 차기 상임이사를 공백기 없이 선임하더라도 재단이 지금 혼란을 추슬러서 당면 과제를 순조롭게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재단은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이 주둔했던 옛 광주교도소에서 지난해 11월 5·18 행방불명자 암매장 의심지 발굴조사에 착수했다.

겨울 한파와 '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등으로 발굴조사를 중단한 상태다.
진상규명·왜곡대응 속도 내던 5·18재단…격랑 속으로
또 광주 시내 공사현장에서 5·18 희생자 추정 유골을 수습했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옛 교도소 밖에서도 암매장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 '5·18 북한군 개입설'을 유포한 지만원씨와 역사 왜곡 회고록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두환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민사·형사소송을 해를 넘겨 진행 중이다.

5월 16∼17일 열리는 아시아인권헌장 광주선언 20주년 기념행사, '5·18 진상규명 특별법'으로 출범할 진상규명위원회에 전달할 자료 정리, 5·18 학교 교육 교재발간 등 사업도 산적해 있다.

재단은 시민단체의 공세로 이사장과 상임이사 동시 공석 우려 사태에 직면했다며 5·18이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광주시민에게 호소했다.

김양래 5·18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민단체의 행동은 정도를 넘어섰다"라며 "자신들이 요구한 광주시 특별감사를 통해 24가지 의혹 가운데 절반은 혐의가 없고, 6개는 경미하고, 6개는 시정 대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는 수사기관 처분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 제기를 이사장 선출과 상임이사 공모에까지 끌어들였다"라며 "정의롭고 도덕적인 입장에 서 있어야 할 시민단체의 태도로서는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사회 한 축을 이루는 5·18기념재단설립동지회는 재단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에 공개토론회를 제안하며 오는 22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