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담배 반으로 줄이니 폐암 위험도 반으로 줄었다
담배를 피우면 암을 비롯해 여러 질환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매년 금연 계획은 작심삼일에 그치는 사람이 많다. 담배를 완전히 끊는 것이 어렵다면 하루에 피우는 담배 개비 수를 일부 줄이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기헌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사진)팀은 흡연 습관 변화와 암 발생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더니 담배 피우는 양을 줄이면 흡연을 지속한 사람보다 암 발생 위험이 줄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2~2003년과 2004~2005년 두 번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남성 14만307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다.

하루 평균 담배 10~19개비를 피우던 흡연자가 10개 미만으로 담배를 줄이면 20개비 이상 흡연량을 유지하는 흡연자보다 폐암 위험이 45% 줄었다. 흡연 관련 암에 걸릴 위험은 26%, 모든 종류의 암에 걸릴 위험성도 18%나 줄었다. 흡연 관련 암은 비인두암, 식도암, 위암, 대장암 등 다른 암보다 흡연으로 인한 나쁜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많이 받는 암이다.

제1저자인 김슬기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담배 피우는 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면서도 “흡연자가 암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 금연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흡연량과 암 발생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주로 서양인을 대상으로 진행돼 아시아 환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며 “이번 연구는 국내 건강검진 대상자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고 14만 명이 넘는 방대한 빅데이터로 높은 대표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암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Cancer Research and Treatment)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