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횡령 혐의로 가상화폐거래소 3곳 전격 압수수색

고객 계좌 돈, 대표 명의로 이체
금융위·FIU 조사서 '들통'

가상화폐 대대적 단속 서막?

업계 "심각한 도덕적 해이"
검찰 "범죄 여부 더 조사해봐야"
검찰이 가상화폐거래소에서의 횡령 등 불법 정황을 포착하고 가상화폐거래소 3곳을 압수수색했다. 고객이 맡긴 예치금을 대표 등 개인 계좌로 이체한 뒤 다른 거래소의 가상화폐를 구매한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이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대대적 점검의 ‘서막’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객 예치금 빼돌려 가상화폐 매수

고객 돈 빼내 코인 구매… 고양이에 생선 맡긴 격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정대정)는 지난 12일부터 사흘에 걸쳐 서울 여의도의 가상화폐거래소 A사를 비롯한 3곳을 압수수색했다고 14일 밝혔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가운데 중대형 1곳, 소형 2곳으로 전해졌다.

이들 거래소는 가상화폐 거래 고객의 자금을 대표나 임원 명의의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개인 계좌로 이체된 돈 상당액은 다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하는 데 쓰였다. 검찰 관계자는 “주식 매매에 비춰보면 주식을 사고 남은 예치금은 거래소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며 “가상화폐 거래에 적용되는 법이 아직 없지만 ‘횡령’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은 지난 1월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6개 시중은행 가상화폐 계좌를 합동 점검한 결과 통상적이지 않은 자금 흐름이 발견되면서 이뤄졌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3개사 임직원들의 하드디스크와 거래내역, 휴대전화,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물을 대상으로 디지털포렌식(사용내역 분석)을 진행해 불법 혐의를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돈의 흐름이 명백한 불법인지, 거래소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행위였는지를 판단하는 게 먼저”라며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상적 행태… 심각한 도덕적 해이”

검찰은 “아직 범죄인지 확증할 수는 없다”는 유보적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업계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보고 있다. 통상 거래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초기 거래의 마중물이 될 일정량의 가상화폐가 필요하지만, 이를 법인 자금이 아니라 고객 돈으로 마련한 것은 정상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압수수색 대상에 영세 거래소가 아닌 중대형사가 포함된 점도 의구심을 키운다. 가상화폐 보유 거래자를 충분히 확보한 거래소는 가상화폐를 자체 보유할 유인이 적다. 구태여 거래소가 가상화폐 물량을 확보해놓지 않아도 거래소 회원 간 거래만으로 충분히 거래소가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궤도에 오른 거래소로선 경영상 필요로 가상화폐를 보유할 필요성이 적다”며 “초기 창업 단계라 하더라도 자체 재원이 아니라 예치금을 가상화폐 확보에 활용했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가 횡령 혐의로 압수수색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엔 국세청의 가상화폐거래소 대상 탈세혐의 조사가 진행됐다. 2월엔 경찰이 대형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을 압수수색했지만 이는 지난해 6월 발생한 해킹 사건의 근원지를 파악하는 게 주 목적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가상화폐거래소의 운영 행태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게 없어 이번 기회에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면서도 “지나친 확대해석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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