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장 짓는 '반도체 설비 재정비 강자' 진천 러셀
반도체 생산 공정이 첨단화하면서 쓸모없어진 장비를 재정비해 한 해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강소기업이 있다.

충북 진천에 있는 러셀(대표 이강직·사진)은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요한 자동화 설비를 재정비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물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총 70억원을 투자해 제2공장을 설립한다고 14일 발표했다.

매출도 2016년 211억원에서 지난해 361억원으로 71% 늘었다. 이강직 대표는 “지난해 20억원을 들여 청주 옥산산업단지에 9000㎡ 부지를 확보했고, 올해 50억원을 추가 투입해 내년 완공 목표로 생산라인을 증설한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2공장이 가동되면 연 매출 500억원까지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는 5월 코스닥 상장도 추진한다.

제2공장 짓는 '반도체 설비 재정비 강자' 진천 러셀
러셀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서 사용하다가 공정 변화로 폐기해야 할 박막증착장비를 들여와 재가공한다. 박막증착장비는 웨이퍼에 절연·보호막을 씌우는 설비로 반도체 칩 가공 공정의 필수장비다. 대기업 연구진과 기술교류를 통해 첨단화된 기능에 맞게 부품을 분해·조립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반도체 제조공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기업이 반도체 칩을 만드는 핵심 소재인 200㎜, 300㎜ 웨이퍼 비중을 늘리면서 이 회사의 설비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일본 독일 등으로 수출이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 대비 수출 비중도 40%로 높아졌다.

박성욱 구매자재팀 상무는 “수억원대의 고가 장비를 다시 사용하면 장비구입 비용을 40% 이상 줄일 수 있다”며 “대기업은 비용을 절감하고, 중소기업은 매출을 올리고, 장비 폐기에 따른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14년간 대기업에서 반도체 생산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장비기술팀 근무 경험을 살려 2001년 창업했다. 2006년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2012년부터 LG화학과 기술 협력을 통해 액체의 반도체 원재료를 규격에 맞게 포장하는 고점도액체자동주입장비(LDFP)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LG화학 동진쎄미켐 동우화인켐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이 발전하면서 원재료 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며 “무인화 공장, 신규 생산라인 건설, 국내 기업의 해외공장 신설 등 설비 수요가 많아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천=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