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의 입원병상, 자기공명영상(MRI) 등 시설·장비는 넘치지만 인력은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지만 간호사 처우 개선 속도는 의사보다 많이 더뎠다.
병상·장비는 넘쳐나는데 의사·간호사는 부족한 '한국 의료'
1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4.7개보다 2.7배 많았다. 요양병원이 대형화하면서 과잉 병상을 부추겼다. 2016년 기준 국내 입원병상 수는 8만9919개로 2011년 8만2948개보다 8.4% 늘었는데 같은 기간 요양병원 병상은 988개에서 1428개로 44.5% 급증했다. 종합병원, 병원 등 비슷한 규모의 의료기관 병상이 매년 1~2% 정도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가파르게 늘었다. 요양병원은 대형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30~99병상 소형 요양병원은 매년 8.1% 줄었지만 300병상 이상 대형 요양병원은 매년 31.5% 늘었다.

병상별로 보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매년 전체 의료기관의 요양병상은 13.5% 늘었지만 정신질환자를 위한 병상은 1.5%씩 줄었다. 필수 진료로 불리는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도 꾸준히 줄었다. 성인·소아 중환자실은 3.1%, 응급실은 3.3%, 분만실은 1.8%, 신생아실은 3.3%씩 감소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 진료에 꼭 필요한 필수 병상은 줄고 급성기 환자 치료를 담당하지 않는 요양병상은 급증하고 있다”며 “노인 환자가 늘어 수요가 증가한 데다 이들을 대상으로 병상 장사를 하는 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기관 병상 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진료비 수가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각종 진단 장비는 과잉공급 수준이었다. MRI 기기는 인구 100만 명당 27.2개로 OECD 평균인 15.5개보다 많았다.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단층촬영(PET) 기기는 각각 인구 100만 명당 37.2개, 4.0개였는데 OECD 평균은 25.6개, 2.0개로 이보다 적었다.

반면 의료인력은 부족했다. 인구 1000명당 의사는 1.9명으로 OECD 평균(3.4명)보다 적었다. 간호사는 3.5명으로 OECD 평균(9.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간호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최하 등급을 받은 종합병원 및 병원은 매년 1%씩, 요양병원은 16.2%씩 늘었다. 의료기관들의 간호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간호사 임금 상승률은 의사보다 낮았다. 의사의 월평균 임금은 2016년 1304만6639원으로 2011년 1006만7731원보다 29.5% 올랐다. 같은 기간 간호사의 월평균 임금은 264만2906원에서 317만6792원으로 20.2%, 약사는 534만7484원에서 598만6683원으로 11.9% 높아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