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와 찍은 합성사진 한 장에"… 너무 쉬웠던 600억 사기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과의 친분을 가장하며 600억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성철호 지앤아이(GNI)그룹 회장(60)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동욱)는 방문판매법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성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성씨는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투자자 1210명으로부터 2617차례에 걸쳐 600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미 32차례 범죄 전력이 있는 성씨는 2014년 8월 출소 전부터 ‘대기업 회장을 통해 미리 획득한 정보로 글로벌 투자회사보다 먼저 주식을 매입한다’고 자신을 소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성씨는 손 회장과 함께 찍은 것이라며 합성한 사진을 보여주고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국내 H그룹 K회장과의 친분도 가장하며 피해자를 안심시켰다. 또 자산관리계약서상에 원금보장약정을 걸어 피해자를 꼬드겼다.

성씨는 교도소에서 만난 이모씨가 운영하던 회사를 인수하고 GNI위너스로 명칭을 바꾼 뒤 자회사 격인 네 개의 회사를 추가 설립해 GNI그룹으로 외관을 갖췄다. 그는 이 같은 방식으로 신규 투자자를 끌어모아 다단계 조직을 형성했다. 기존 투자자가 신규 투자자를 모집할 때마다 신규 투자금으로 수당을 지급했다. 이후 피해자들의 고소로 수사에 나선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직전 계열사로 50억여원의 투자금을 빼돌리기도 했다. 그는 재판에서 “주식·실물투자를 병행해 수익활동을 했고, 유사수신·다단계영업·횡령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모두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성씨는 오히려 구속되지 않은 채 계속 사업을 운영했다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기 범행의 상습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수많은 피해자를 추가로 발생시킬 것이 자명하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