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의 한 병원에서는 근처 수녀원에서 자원봉사하러 온 수녀들이 주사를 놓는다. 간호사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방·중소 병의원 등에서 의료인력 부족이 심각한데도 직역 이기주의 때문에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11만명 부족한데… 꼬일대로 꼬인 간호사 확충
간호사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2015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한국이 5.9명(간호조무사 포함)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9.5명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고령화 등으로 의료 수요가 늘어나 2030년께는 간호사 15만8554명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간호인력을 양성하는 간호대 전체 입학정원은 올해 1만9683명에 그쳤다. 간호사단체 등의 반대에 부닥쳐 정부가 대학 증원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간호인력을 배출하는 간호대 입학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려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호사단체는 간호사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병원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인력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취업이 가능한 유휴 간호사는 3만5000여 명으로 파악된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 처우를 개선해 유휴 간호사를 복귀시키는 쪽으로 정책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했다.

의사·약사 수급 문제도 마찬가지다. 의사는 2030년 7646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대 입학정원은 2006년 이후 13년째 3058명에 머물고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의료서비스 이용량이 2배 이상 늘어나는 동안 의사 수는 1.3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의사 공급이 적어 다른 직종에 비해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고 했다. 약사도 2030년 1만742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2011년 이후 약대 입학정원은 1700명에서 동결돼왔다.

간호서비스 향상과 효율적인 의료인력 배분을 위해 2004년 도입한 전문간호사제 역시 의사들의 반대로 유명무실하다. 전문간호사는 보건 마취 응급 등 13개 분야에서 3년 이상 실무경력을 쌓은 뒤 특수 교육과정을 이수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자격을 인증받은 간호사다. 그러나 2016년 기준 전체 전문간호사 자격 취득자 1만4549명 가운데 활동하는 전문간호사는 8.7%인 1278명뿐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간호사제는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 되지만 의사들의 반발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은 한국보다 늦게 시작했는데도 한참 앞서 있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