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취업시즌을 맞아 대학의 취업센터장들은 “대기업도 공채보다 수시채용을 통해 입사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인용 동아대 취업지원팀장,  최성희 숙명여대 취업지원팀장, 박원용 중앙대 다빈치인재개발원장, 유희석 서강대 취업지원팀장.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상반기 취업시즌을 맞아 대학의 취업센터장들은 “대기업도 공채보다 수시채용을 통해 입사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인용 동아대 취업지원팀장, 최성희 숙명여대 취업지원팀장, 박원용 중앙대 다빈치인재개발원장, 유희석 서강대 취업지원팀장.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상반기는 수시·추천채용, 하반기는 공개채용에 대비해야 한다.”(박원용 중앙대 다빈치인재개발원장)

“공기업 블라인드 채용으로 전공 필기시험의 난도가 높아지거나 면접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유희석 서강대 취업지원팀장)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대학취업센터장 4명과 함께 취업 좌담회를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원용 중앙대 다빈치인재개발원장, 유희석 서강대 취업지원팀장, 최성희 숙명여대 취업지원팀장, 이인용 동아대 취업지원팀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학 취업센터에서 7~8년 동안 학생들의 취업과 진로를 지도한 베테랑들이다.

불안한 대학 1학년들

[상반기 취업 전략] "상반기는 수시·추천채용 대비… 블라인드 채용에 면접 깐깐해질 것"
문재인 정부의 청년취업 정책으로 지난해 하반기 채용시장은 다소 활기를 찾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기조가 신정부 초기 반짝 채용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 팀장은 “지금 공기업 채용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대학 저학년들은 벌써부터 ‘우리 졸업 땐 안 뽑을 것 같아 불안하다’는 말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취업팀장들은 블라인드 채용과 공기업 지방인재 채용 정책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팀장은 “여학생과 지방대생들에게 공기업 입사 문이 넓어졌다”며 “스펙이 다소 부족해도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팀장도 “과거에는 지방대생들은 스펙을 쌓아도 공기업 서류 통과조차 힘들었는데, 지방대 학생들에게 공기업 입사 기회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유 팀장은 “학벌 블라인드로 지원자에 대한 선입견이 배제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수도권 대학에 간 학생들에게는 분명 역차별적인 정책”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역량 중심의 블라인드 채용이 긍정적이지만 전공 필기시험이나 면접에서 변별력을 위해 기업들이 난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어 구직자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인턴과 학회, 대외활동 등의 직무역량을 쌓을 기회가 많은 서울 수도권과 달리 지방대 학생들은 이런 기회를 얻기 쉽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취업센터장들은 정부의 지방인재에 대한 개념을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 원장은 “현 정부의 지방인재 정책은 ‘지방대학 우대정책’이지 ‘지방인재 우대정책’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역 우수인재가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권 대학에 입학하면 취업 때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지역 인재의 범위를 고교 졸업까지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다. 기업들도 지역인재를 많이 뽑으면 퇴사율이 낮아질 뿐 아니라 영업도 더 잘돼 장점이 많을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수시·추천채용 노려야

올해 공무원·공공기관 채용이 대폭 늘어난다. 올해 공무원 신규선발 규모는 국회 예산안 통과 기준으로 최대 2만4375명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5982명 많다. 323개 정부 공공기관들도 2만2876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한다. 하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의 취업과 진로를 담당하는 취업센터장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 팀장은 “국가가 균형 발전을 하려면 민간기업이 성장해서 채용을 많이 해야 하는데, 자칫 우수인재들이 공무원·공기업으로만 쏠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공기업=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기업이라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 퍼져 있다”며 “중견·중소기업들이 대기업 못잖은 복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정부정책으로 유도한다면 공기업 쏠림을 완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시했다.

민간기업 채용에 대해 유 팀장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부 정책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와 채용을 망설이고 있다”며 “정부의 명확한 정책 제시가 있어야 민간기업 채용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용 방식과 관련해서는 대규모 공개채용보다는 수시·추천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원장은 “상반기는 수시·추천채용, 하반기는 공채가 최근 몇 년간 채용시장의 추세”라며 “대학 취업센터를 자주 들른다면 추천장을 받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최 팀장도 “잘 알려지지 않은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서 갑작스레 채용이 발생하는 경우 대학 취업팀에 연락을 한다”며 “추천을 받으면 바로 면접을 볼 기회를 얻을 수 있기에 공채보다 취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도 추천채용 의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최근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인재채용에 대해서는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계 출신들도 대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유 팀장은 “인문계 출신도 코딩과 빅데이터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이런 전문지식은 꼭 정보기술(IT) 기업에 취업을 안 해도 변화하는 추세에 적응하는 데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