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왼쪽부터), 이윤택, 오태석.
고은(왼쪽부터), 이윤택, 오태석.
문화예술계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이 번지는 가운데 정부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 시인 등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를 본격화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인물의 작품이나 관련 내용을 교과서에서 수정할 계획이 있는지 각 출판사와 협의해 알려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검인정교과서협회에 보냈다고 2일 밝혔다. 요청한 회신 기한은 이달 7일까지다.

교육부가 공문에 구체적인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투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 시인과 연극 연출가 이윤택·오태석 씨를 염두에 둔 요청으로 해석된다. 일부 집필진은 이씨와 오씨의 작품이 실린 교과서를 수정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고등학교 ‘연극’ 과목 교과서 일부에 이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삭제·교체하려면 교육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각 출판사는 상시 수정·보완 시스템을 통해 매달 교육부에 교과서 수정을 요청할 수 있다.

고은 시인의 시와 수필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와 고등학교 문학·독서와문법 교과서 등 11종에 실려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부터 고교 1학년이 쓰는 새 국어 교과서에도 고은 시인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수정 계획을 정식으로 알려온 출판사는 없다”며 “저작자와 출판사, 검인정교과서협회의 논의를 거쳐 7일까지 답해달라고 요청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고교 검정교과서에 고은 시인 관련 내용을 담은 A출판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작품성뿐 아니라 ‘교과서는 학생들이 보는 책이라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