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마무리 단계…실소유주 의혹 도의원 수사는 난항
"제천시 화재 건물 부실 점검 확인…형사책임 묻기는 어려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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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관련 경찰 수사가 이르면 이달 초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전 관리와 인명 구조 활동을 소홀히 한 건물주과 건물 관리인은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부실 대응 논란을 빚은 소방 지휘부 역시 형사 처분을 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반면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된 충북도의원의 혐의 입증은 난항을 겪으면서 수사 종결을 앞두고 경찰이 막판 고심하고 있다.

2일 충북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제천 참사 당시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지휘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입건된 이상민 전 제천소방서장과 김종희 지휘조사팀장을 이르면 이달 초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이 전 서장 등은 2층 여성 사우나에 구조 요청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구조 지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2층에서는 가장 많은 2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소방합동조사단은 이들에 대해 신속한 초동 대응과 적정한 상황 판단으로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에 신속히 나섰어야 했는데 상황 수집과 전달에 소홀했고, 인명 구조 요청에도 즉각 응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이 사법처리되면 제천 화재와 관련해 형사 처벌을 받는 소방 관계자는 모두 4명으로 늘어난다.

경찰은 앞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제천소방서 소속 소방장 이모(44)씨와 소방교 김모(41)씨를 불구속 입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제천 화재 부실 대응 논란 소방 지휘부 이달 초 검찰 송치
이씨 등은 2016년 10월 31일 스포츠센터 소방시설 특별점검을 한 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이 난 스포츠센터 건물은 지난해 11월 이뤄진 민간업체 조사에서 스프링클러 누수 등 29개 항목 60여 가지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하지만 이씨 등은 스프링클러를 비롯해 옥내 소화전, 소방시설 전기 시스템 등이 모두 문제없는 것처럼 조사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불이 난 건물의 소유주 이모(53)씨의 매형으로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된 자유한국당 소속 강현삼(60) 충북도의원 관련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강 의원의 자택과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그를 소환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법원으로부터 계좌 영장을 발부받아 강 의원 주변 자금 흐름도 샅샅이 살폈다.

그러나 강 의원을 실소유주로 단정할 만한 정황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다만 강 의원이 이씨에게 빌려준 돈이 건물 리모델링비와 경매자금으로 사용된 점, 이씨가 경매로 나온 건물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강 의원의 고교 동창 정모(60·구속)씨가 '허위 유치권'을 행사한 점 등을 토대로 경매 과정에 강 의원이 얼마나 깊숙이 관여했는지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제천 화재 부실 대응 논란 소방 지휘부 이달 초 검찰 송치
화재 건물의 부실 점검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던 제천시청 관계 공무원들은 형사처분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제천시에서 화재 건물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사실이 일부 확인됐으나 행정적 징계 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형사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화재가 발생한 지 두 달을 넘기면서 관련 수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달 중순 이전에는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건물 소유주 이씨는 소방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69명의 사상을 낸 혐의로 가장 먼저 구속기소 됐다.

그에게 적용된 죄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화재예방·소방시설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건축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4가지다.

화재의 단초가 된 천장 열선 작업을 한 건물 관리과장 김모(51)씨, 이 작업을 지시한 관리부장 김모(66)씨, 인명 구조활동을 소홀히 한 2층 여탕 세신사 안모(51·여)씨와 1층 카운터 직원 양모(47·여)씨도 기소돼 건물주 이씨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