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업다가 119 실려간 경험 살려 창업"
“스마트 아기용품으로 전문화해 모닛을 육아와 관련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키울 계획입니다.”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도형 모닛 대표(사진)는 “국내외 많은 기업이 모닛의 센서와 기술을 빌려 쓰고 싶다는 요청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모닛은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서 출발했다.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무게를 분산해 주는 ‘스마트 아기띠’로 사내 경연에서 우승한 뒤 지난해 4월 분사했다. 두 딸을 둔 아빠인 박 대표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아기띠를 둘러매고 몇 시간을 서성이다 허리 통증으로 119에 실려 간 경험이 토대가 됐다”며 “이 제품은 네덜란드의 한 회사가 관심을 보여 독점 사용권을 주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모닛의 두 번째 제품은 기저귀 센서. 기저귀 아랫부분에 동그란 센서를 붙여두면 아기가 소변과 대변을 봤을 때 즉각 스마트폰에 알람이 울린다. 그는 “대소변으로 인한 발진, 피부염, 요로감염 등을 예방할 수 있다”며 “부모 입장에선 정신없는 육아 속에서 기저귀만큼은 수시로 확인하지 않아도 돼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고 했다.

기저귀 센서에는 상당한 기술이 들어가 있다. 그는 “대변과 소변을 구별해야 하고, 아기가 움직일 때나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 거짓 알람이 울려선 안 된다”며 “이를 위해 온도·습도·가스·터치·자이로 등 총 다섯 가지 센서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대학에서 의류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디자이너로 출발했다. 이후 CJ와 GS 홈쇼핑 등에서 패션 상품기획자(MD)로 일하다 2009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들어갔다.

그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상품기획자로 경력을 쌓은 게 장점이 되기도 한다”며 “기술은 잘 몰라도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에서 출발하다 보니 스마트 아기띠나 기저귀 센서 같은 제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