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이 만발한 태화강의 가을
국화꽃이 만발한 태화강의 가을
울산 태화강은 평화로웠다. 해마다 연어가 돌아오는 모천. 영험하게 우뚝 솟은 선바위에서 시작한 발걸음은 원시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강을 따라 드넓은 하구로 향한다. 태화강은 길이가 47.54㎞로 울산 울주군 두서면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 울산 남구 매암동에서 동해와 만나는 울산의 젖줄이다. 한때 오염돼 생명체가 살기 힘들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지금은 1급수를 유지한다. 연어가 돌아오는 강이니 생태는 두말할 것도 없다.

대형 재난과 굴뚝산업 수렁에 빠진 울산경제
인구 유출도 심각… 3년간 2만여명 빠져나가


울산시민의 젖줄 태화강은 2016년 10월 사상 최악의 태풍인 차바의 습격으로 하천이 범람하면서 가옥과 차량, 공장 등이 침수해 2000여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인근 포항은 지난해 11월 규모 5.4에 이어 3개월여 뒤인 지난 2월 규모 4.6의 지진이 잇달아 발생해 주택 피해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불안을 키웠다. 경주도 2016년 9월12일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울산 경주 포항이 더 이상 지진 등 대형 재난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특단의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0만 마리의 까마귀떼 군무가 펼쳐지는 태화강의 겨울
10만 마리의 까마귀떼 군무가 펼쳐지는 태화강의 겨울
대형 제조업 기반의 주력산업 부진도 심각하다. 울산은 지난해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 부진과 지역경기 침체 여파로 광공업 생산과 서비스업 생산, 수출, 소비, 투자 등 모든 면에서 전국 평균보다 부진했다. 인구 유출도 3년 연속 이어져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1만1917명이 역외로 빠져나갔다. 울산 인구는 2015년 80명, 2016년 7622명, 지난해까지 3년간 1만9619명이 다른 지역으로 나갔다. 2011년 수출 1000억달러를 돌파한 울산 수출은 지난해 660억달러로 급감했다.
 꽃으로 가득한 태화강의 봄
꽃으로 가득한 태화강의 봄
포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북동부경영자협회에 따르면 포항철강공단 근로자는 2012년 1만6300여 명에서 지난해 1만4789명으로 급감했다. 이 여파는 고스란히 울산과 포항 중간에 있는 경주로 파급됐다.

20여년 생태 복원으로 위기 돌파
죽음의 강에서 1급수 생태하천으로


죽음의 강에서 1급수 생태하천으로 변신한 태화강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범시민 운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울산시민들은 50년 전 생산공장이라고는 젤리 등의 재료인 한천을 만드는 삼양사 공장 하나밖에 없던 울산이 대한민국 제1의 기업도시로 변신하기까지 태화강에 많은 희생이 뒤따랐다고 생각한다. 울산시가지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동해로 흘러드는 태화강은 2000년대 초까지도 생활 오수는 물론 하천 주변 공장 폐수로 뒤범벅이 돼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시와 시민들이 2004년부터 수질 개선에 나서 은어 연어 황어 가물치와 고니 원앙 백로 수달 삵 등 10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명의 강으로 부활했다.
  울산 태화강 전경      ♣♣울산시 제공
울산 태화강 전경 ♣♣울산시 제공
지난해 11월 태화강 철새공원에서 세계 21개국 43개 조류·환경단체가 참여한 세계 조류축제인 ‘아시아 버드페어(ABF)’가 열렸다. 울산을 방문한 빅토르 유 ABF 집행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겨울철 태화강에서 펼쳐지는 10만 마리 까마귀떼의 군무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장관”이라고 격찬했다. 울산지역 64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범시민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울산시청에서 발대식을 하고 태화강 제2호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지난 1월 말까지 울산시민 12만여 명이 서명했다.

국가정원 1호는 전남 순천시 풍덕·오천동 일대에 있는 순천만정원이다. 2015년 9월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뒤 하루평균 1만5000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전남대 산학협력단은 순천만정원의 총자산가치를 1조97억원으로 평가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시는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기본계획 용역’을 추진해 오는 6월 산림청에 제2호 국가정원 지정 신청을 할 계획이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대상 권역은 태화강 일원과 태화강대공원, 철새공원으로 면적은 128만㎡에 이른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하천에서 1급수 어종인 연어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생태하천으로 영구 보존해 100년 뒤에도 미래 세대들이 연어를 볼 수 있도록 국가정원으로 지정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태화교 아래 선착장 설치… 에어보트 운영
집라인·모노레일 등 즐길거리 확충


시는 태화강 관광자원화를 위해 집라인과 에어보트, 모노레일 등도 설치하기로 했다. 에어보트는 오는 4월13일부터 21일까지 태화강에서 열리는 세계정원박람회 기간에 선보일 예정이다. 에어보트는 보트 뒤에 프로펠러를 달아 공기를 미는 힘으로 달리기 때문에 태화강처럼 수심이 얕은 강에서도 고속 운항이 가능하다.
[새롭게 도약하는 울산·경주·포항]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관광객 1000만명 시대' 연다
시는 남구 태화교 아래에 선착장을 설치하고 태화교, 울산교, 번영교, 명촌교 등 4개 교량 아래를 통과해 울산만 앞까지 2㎞ 이상 운항할 계획이다. 1억5000만원을 들여 하천점용 협의, 실시설계 용역, 보트 임차 등의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4월 말부터 6월까지 시범운항에 나선 뒤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으면 운항을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시는 남산 아래 남구 동굴피아에서 은월루까지는 모노레일도 깔아 관광 상품화하기로 했다. 남산(해발 120m) 정상 은월루에서 태화강과 대숲을 가로지르는 길이 1㎞의 집라인 설치도 추진한다. 김 시장은 “태화강 그랜드 관광벨트 개발사업의 하나로 물길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보여줄 에어보트를 시범운영하고, 집라인과 모노레일도 환경 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이를 기반으로 올해 안에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열기로 했다.

포항시는 형산강변에 수상레저타운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포항시 남구 종합경기장과 조정경기장 인근에 90억원을 들여 연면적 957㎡, 지상 4층 규모 교육·체험 공간을 짓는 사업이다.

수상레저타운에는 해경이 주관하는 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시험을 치르는 시험장과 수상레저기구 교육 및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선다. 주변에는 생태 탐방로와 상생 인도교, 테마 꽃길 등을 조성해 형산강 일대를 친수 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형산강 프로젝트의 하나인 수상레저타운이 들어서면 포항이 해양레포츠 중심 도시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전기차·첨단로봇단지 조성
4차 산업혁명 기술 구축… 미래 100년 준비


울산시는 2020년까지 5조2000억원을 투입해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초소형 전기자동차 등 지능형 미래자동차와 게놈산업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구축에 본격 나선다.

포항시는 지곡동 지능로봇연구소에 이어 영일만 3일반산업단지를 첨단로봇단지로 조성해 국내 로봇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시는 수중건설로봇개발사업 관련 연구개발과 성능 검증을 위해 이곳을 복합실증센터 거점으로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복합실증센터는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4399㎡ 규모로 이곳에는 수중건설로봇 테스트를 위한 회류수조 등이 설치된다. 3차원 수조에는 수중 위치측정 시스템 및 실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설치돼 수중건설로봇 작업 성능 실험 외에 수중·수상 위치 추적 등의 실험도 가능하다.

포항시는 수중건설로봇 개발사업과 연계해 자율이동형 첨단무인관측 장비인 수중글라이더 운영 네트워크 구축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형화되는 재난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첨단 재난대응로봇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