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1심 심리가 27일 마무리됐다. 지난해 4월17일 재판에 넘겨진 이후 317일 만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로 규정하고 공범인 ‘비선실세’ 최순실 씨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구속기한을 10일 앞둔 오는 4월6일 오후 2시10분에 열린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 사유화"… 검찰, '국정농단 책임자' 박근혜 유기징역 최대치 30년 구형
◆‘정경유착’ vs ‘우호적인 민관 협력’

서류증거 조사 일정을 오전에 마무리한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주도한 한동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까지 직접 나서 구형에 공을 들였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14만 쪽에 달하는 증거와 증인 130명의 증언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를 방기했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직무권한을 자신과 최씨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남용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주의를 유린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아니라 재벌과 유착했다”며 “밀실에서 은밀하게 기업 총수들과 만나 자신과 최씨에게 이익을 줄 것을 요구해 경제민주화를 통해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공적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강조했다.

‘재판 보이콧’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한 차례도 보인 적이 없다”며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진실을 왜곡하면서 사법부까지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역사적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힘으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세우는 계기가 된 것을 재확립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중형 구형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측 국선변호인단은 “정경유착이 아니라 어느 정부에서나 있던 전형적인 ‘민관협력’이었다”며 “실체적 진실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 결심공판 불출석

결심공판을 앞두고 일각에선 무기징역이 구형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한 변호사는 “무기징역은 사실상 사형 구형이나 다름없는 만큼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이 여전히 견고한 점 등을 고려하면 검찰로서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징역 30년은 가중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형법이 정한 유기징역의 상한 최대치다.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이자 ‘몸통’ 격으로 취급받는 데다 전직 대통령 신분이라는 지위를 감안할 때 검찰의 구형량은 최씨(25년)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소된 지 거의 1년 만에 이뤄질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전망에는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사건 관련 피고인이 줄줄이 유죄 선고를 받은 것과 동시에 이들 대부분의 공소장에 박 전 대통령이 ‘주범’ 내지 ‘공모’ 관계로 적시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선고할 재판부가 최씨에게 20년형을 선고한 재판부와 같다는 것도 불리한 정황 중 하나다.

법정 출석을 거부해온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결심 공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서울구치소로부터 피고인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고 인치가 곤란하다는 취지의 보고서가 도착했다”며 “궐석 재판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피고인 ‘최후 진술’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