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우려에도… 올해 고1이 치르는 수능선 '수학 기하' 뺀다
현재 고1인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범위가 확정됐다. 이과 학생이 주로 치르는 수학 가형에서 ‘기하’가 제외되면서 학습 부담이 줄어든 반면 수학 나형에는 ‘수학Ⅰ’이 포함돼 문과 학생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1학년도 수능 출제 범위를 확정해 시·도교육청과 일선 고등학교에 안내한다고 발표했다.

이과생 수학 범위 줄고 문과생 늘어

이번 출제범위 조정은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과목 구조가 바뀐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장학사·대학 교수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시·도교육청 의견수렴 결과와 지난 19일 공청회 등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공계 우려에도… 올해 고1이 치르는 수능선 '수학 기하' 뺀다
먼저 국어영역 출제 범위는 ‘화법과작문’ ‘문학’ ‘독서’ ‘언어’로 확정됐다. 기존의 ‘독서와 문법’ 과목이 2015 교육과정에서 ‘독서’와 ‘언어와매체’ 두 과목으로 나뉘면서 출제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언어와매체 중 언어 부분만 출제하는 게 현행과 동일해 학습 부담이 작고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과생이 주로 치르는 수학 가형의 출제 범위는 ‘수학Ⅰ’ ‘미적분’ ‘확률과통계’로 결정했다. 난도가 높은 기하는 출제 범위에서 제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5 교육과정에서 ‘기하’가 진로선택으로 이동했고 수험생 학습부담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문과생이 많이 응시하는 수학 나형은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통계’에서 출제하기로 했다. 삼각함수 등의 내용이 추가돼 기존보다 학습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 과학탐구 영역은 현행 수능과 동일하게 과학(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Ⅰ·Ⅱ에서 출제한다. 2015 교육과정에서 과학Ⅱ가 진로선택과목으로 이동했으나 교육부는 지난해 “과학탐구 ‘8과목 중 최대 택2’ 기존 구조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밖에 영어, 사회탐구, 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현행과 동일하게 출제하기로 했다. 수능 EBS 연계도 유지한다.

“수능제도 자체가 바뀌어야” 지적도

하지만 반발도 적지 않다. 특히 수학이 쟁점이다. 한국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수총) 등은 “수학 가형에 반드시 ‘기하’를 포함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일 공청회에 참석한 최임정 과학창의재단 과학교육개발실장 역시 “기하는 공간 개념과 이해를 다뤄 이공계 학습의 기초”라며 “출제 범위에서 제외하면 이공계 대학생의 기초소양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총 회장을 맡고 있는 이향숙 대한수학회장(이화여대 수학과 교수)은 “수능은 대학에서 공부할 역량을 확인하는 시험인데 대학 현장의 우려를 무시한 채 정해져 유감”이라고 말했다.

수총 분석에 따르면 미국 일본 등 해외 대입 수학에서는 학습내용이 심화되는 추세다. 일본은 이과시험에 기하, 벡터뿐 아니라 한국 교육과정에서 제외된 복소평면, 극좌표 등 심화내용을 포함했다. 문과시험에서도 기하영역 공간벡터 문제를 선택할 수 있다.

이에 교육부는 “기하가 모든 이공계의 필수과목이라고 보기는 곤란하다”며 “출제 범위에서 빠질 뿐 교육 과정에서 제외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출제 범위에서 빠지면 해당 수업은 자습시간이 돼버리는 게 현실”이라며 “기하를 모른 채 입학한 공대생은 사교육에 기대 대학생활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객관식 수능제도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줄 세우기식’ 교육을 바꿀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은 2020학년도 대입시험 수학·국어(일본) 과목에 논술문제를 포함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편안을 오는 8월 말까지 확정할 계획이지만 논술형 출제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