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변화 / 출처=교육부 제공
<표>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변화 / 출처=교육부 제공
이변은 없었다. 교육부가 27일 확정해 발표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범위는 지난 19일 공청회에서 제시된 안 가운데 ‘다수안’이 그대로 관철됐다. 수학 가형은 ‘기하’가 빠지고 나형은 ‘함수’가 들어간다. 국어는 ‘언어’가 포함되고 ‘매체’는 제외된다.

이과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학 가형은 출제범위 축소로 학습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수학 변별력이 떨어져 과학탐구의 중요성이 커지는 등 파생효과가 예상된다. 반면 문과 학생들이 응시하는 수학 나형은 출제범위가 소폭 늘고 변별력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행 수능 체제에서보다 이과 수학은 쉬워지고 문과 수학은 어렵게 출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수학 가·나형 바뀌고 국어·과탐은 그대로

이번 개편의 주안점은 올해부터 새로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과목구조가 바뀐 국어·수학·과탐의 수능 출제범위를 어떻게 할지였다.

수학 가형 출제범위는 ‘수학’ ‘미적분’ ‘확률과통계’로 확정됐다. 새 교육과정에서 진로선택과목으로 전환된 기하는 일반선택과목 위주 출제 원칙에 따라 출제범위에서 빠졌다. 이공계 반발이 컸으나 교육부는 “개정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과 학습 부담 완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기하를 뺐다.

수학 나형은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통계’다. 새 교육과정에 따라 수학Ⅰ에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등이 추가됐다. 가형과 달리 도리어 현행 수능보다 학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 발달단계 등을 고려해 학습내용의 수준과 범위를 적정화했으므로 학습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어와 과탐의 경우 현행 출제범위와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국어는 ‘화법과작문’ ‘문학’ ‘독서’ ‘언어’로 확정됐다.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 도입되는 ‘언어와매체’ 가운데 언어(구 ‘문법’)만 출제범위에 포함됐다. 과탐은 현행 수능과 동일하게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Ⅰ~Ⅱ 출제를 유지한다. 물·화·생·지Ⅱ가 진로선택과목으로 바뀌어 출제범위에서 제외해야 하지만 교육부가 작년 8월 수능 개편 유예 방침을 밝힐 당시 “동일한 수능 과목구조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탓이다.

◆ 수학 출제범위 변화가 핵심…의견 엇갈려

기하는 이과 수학의 핵심이었다. 수능 수학 가형 30문항 중 통상 9개 내외 문제가 기하에서 출제됐고 고난도 문제도 많은 편이었다. 수학 전체의 변별력을 좌우했다. 기하 제외가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공계는 여전히 비판 목소리가 높다. 이향숙 대한수학회장은 “교육부가 수능 출제범위 관련 설문을 했지만 정작 수학 교수들에게는 별다른 참여나 협조 요청이 없었다”고 지적한 뒤 “이대로라면 대학 교육과정에서 기하를 가르쳐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이금수 중앙대사범대학부속고 수학교사는 “결국 수능 수학의 영향력이 이과에서는 줄고 문과에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교수들의 이공계 학생 수학 기초학력 저하 우려에 대해선 “기하가 필요한 대학 전공에 한해 신입생 프리코스(pre-course)를 운영하는 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출제범위와 학습 부담 측면에서 ‘수학 가형 대폭 감소, 나형 소폭 증가’로 요약한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 역시 “기하 과목의 경우 대학 이공계 모집단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등 보완방법을 찾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진로선택과목인 탓에 수능 출제범위에선 빠졌지만 이공계 학과에 진학하려면 기하를 배워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수학 가형의 기하 제외는 물론이고 나형 출제범위까지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육운동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과도한 학습 부담 완화, 수포자(수학포기자) 양산 문제 해결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면서 “기하는 굳이 수능에 출제하지 않아도 필요한 학생들이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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