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반환은 못한다는 '철밥통' 공기업 노조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기의 반대급부로 노동계가 출연을 약속한 ‘공공상생연대기금’ 조성액이 출범 이후 고작 144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기금 목표액(1600억원)의 10%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노동계가 처음 약속할 때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노사 화합의 모범’이라고 치켜세웠지만 결국 ‘빈말’이 돼버린 셈이다. 공기업 노조가 성과연봉제 폐기를 얻어내면서 과거 성과연봉제 대가로 챙긴 인센티브는 내놓지 않는 이중성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에 따르면 지금까지 기금을 낸 공공기관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15곳에 불과하다. 이들이 출연한 기금은 총 144억원으로, 초기 기금 조성 목표(1600억원)의 9%에 그친다.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이 정부에 제안해 조성된 것이다. 지난 정부 때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새 정부가 폐기하기로 하자, 양대 노총이 이를 환영하며 내놨다. 과거 성과연봉제 도입 당시 각 공공기관이 인센티브로 받은 1600억원을 토해내 비정규직 근로자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해 쓰겠다는 게 명분이었다. 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출범식까지 열었다. 문 대통령은 “설립 과정 자체가 사회적 대화의 모범을 보여줬다”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상생과 연대의 희망을 보여준 용기와 결단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공공기관 노조별로 이해가 엇갈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기금 조성 단계에 들어가자 상당수 공공기관 직원이 “이미 준 돈을 다시 빼앗아 가는 게 게 말이 되느냐”며 인센티브 반환을 거부했다. 정부와 양대 노총이 노조원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명분만 앞세웠다는 게 직원들 불만이다. 한국전력이 대표적이다. 한전은 2016년 말 기본급의 20%인 174억원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전체 인센티브 1600억원 중 단일 공공기관으로는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전 노사는 작년 9월 성과급을 반납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실무 준비 단계다. 올 상반기 반납 절차와 방법을 확정짓는다는 계획이다. 공기업 노조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반대하던 성과연봉제가 폐기되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연대에 앞장서겠다더니 막상 과거 성과연봉제 도입 대가로 받은 인센티브는 내놓기 싫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연대기금에 출연을 마친 기관들도 시끄럽긴 마찬가지다. 사측과 노조 지도부는 여전히 노조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은 직원들의 반발이 너무 커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임원들만 인센티브를 반환하기도 했다.

이병훈 공공연대기금 이사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은 “이 기금은 정권 차원에서 조성하는 게 아니라 노조가 자발적으로 조성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조만간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을 신청하는 만큼 향후 세제 혜택 등을 주면 노조원들의 참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과연봉제 인센티브는 초기 기금일 뿐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금을 조성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