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기 '작은 신의 아이들' 하차 / 사진=한경 DB
조민기 '작은 신의 아이들' 하차 / 사진=한경 DB
배우 조민기(사진)가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미투(나도 피해자)’ 파문의 중심에 섰다. 교수로 재직하던 청주대가 성희롱을 이유로 그를 중징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민기 측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고, 그러자 제자인 신인배우 송하늘이 그의 성추행 전력을 폭로했다.

청주대가 지난해 12월 개최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연극학과 교수였던 조민기에 대한 징계 심의가 의결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피해 학생이 국민신문고에 조민기의 성추행 사실을 신고한 게 발단이었다. 작년 10월 교육부로부터 민원을 이첩받은 청주대는 양성평등위원회를 열어 조사했다. 학교 측은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규정상 성희롱에 해당되고 피해 학생이 처벌을 강하게 원해 엄중한 징계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조민기 측은 극구 부인했다.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는 전날(20일)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뜬소문)이며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는 골자의 공식 입장을 냈다.

소속사는 “언행이 수업과 맞지 않는다는 대학의 자체조사 결과에 따라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은 조민기가 도의적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사표를 제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미 스스로 자숙하고자 책임을 지고 강단에서 내려온 조민기에게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 의도적인 악성 루머를 양산하는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성추행 사실을 확인해 중징계를 내렸다는 청주대와 이를 사실무근의 루머로 규정한 조민기 측의 진실공방 국면. 그때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 후 갓 대학로에 데뷔했다고 밝힌 신인배우 송하늘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조민기의 성추행을 구체적으로 증언한 것이다.

송하늘은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 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저와 제 친구들, 선·후배들이 당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었다”고 적었다. 조민기 측이 언급한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나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 입학했을 때부터 선배들은 조민기 교수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학과 내에서 조민기 교수의 성추행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면서 “조민기 교수는 일주일에 몇 번씩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캠퍼스 근처의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렀다. 회식 같은 공개적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등을 쓰다듬고 얼굴 가까이 다가와 이야기하거나 얼굴을 만지는 등의 행위는 너무 많아 다 적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롯한 여학생들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 등 당시의 여러 정황을 상세히 전한 송하늘은 “조민기 교수는 연습 과정에서도 ‘너는 이 장면에서 업(흥분)이 되어야 하는데 흥분을 못하니 돼지발정제를 먹여야겠다’ 등의 성적 농담과 음담패설을 수없이 했다”면서 “유난히 조 교수에게 자주 불려갔던 여학생들은 꽃뱀 취급까지 받아야 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저와 다른 피해자들은 소문이 잘못 날 게 두려워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꿈을 키우고 실력을 갈고 닦을 터전이 되어야 할 학교에서 교수가 제자에게 가한 이 성폭력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잘못”이라며 “학교는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더러운 욕망을 채우는 데 이용하는 괴물이 발도 붙일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고 글을 맺었다.

현재 조민기는 학교에 사표를 낸 상태로 청주대는 오는 28일 그를 면직 처분할 예정이다. 청주대는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았는데 통상 면직은 사직서를 수리하는 처분을 뜻한다. 파면·해임 등 징계에 따른 처분이 아니므로 퇴직금·사학연금 수령과 재취업 등에 불이익이 없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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