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의 역설
등록금 통계의 왜곡

15개국이 국·공립대 시스템
7개국은 자료 제출도 안해
정부가 대학에 적용 중인 ‘교육 복지’의 핵심 수단은 ‘반값 등록금’이다. 대학 등록금을 동결(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하락)하고, 국가장학금 규모를 늘려 등록금 고지서에 찍힌 금액의 절반만 학생이 부담하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의 근거가 되는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명목 등록금 비교다.

OECD가 지난해 발표한 등록금 기준으로 한국의 사립대는 미국, 호주, 일본 다음으로 4위다. 국공립대는 미국, 칠레, 일본, 캐나다, 호주에 이은 6위를 기록했다. 회원국 29개와의 비교에서다. 순위로만 보면 한국은 대학 학비가 비싼 나라에 속한다. 교육부도 이를 무기 삼아 ‘한국 등록금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 통계엔 몇 가지 착시를 일으키는 요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성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선임연구원은 “조사 대상 국가 상당수가 유럽 등 나라가 대학교육을 책임지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15개국이 국공립대 위주인 나라다. 스웨덴, 핀란드,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는 아예 사립대가 없다. 게다가 29개국 중 7곳은 사립대 등록금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들을 비교 대상에 포함한 것은 왜곡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엄밀하게 평가하기 위해선 한국과 비슷한 대학 시스템을 보유한 나라끼리 비교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 사립대 비중이 85%에 이를 만큼 고등교육 비용을 민간이 거의 떠맡고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대학 등 고등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의 민간 부담률이 66%에 달한다. OECD 국가 중 2위다. 한국처럼 민간 비중이 높은 나라로는 영국(72%), 미국(65%), 일본(66%), 캐나다(52%) 등이 있다.

이 논리대로 한국과 비슷한 ‘그룹’과 비교하면 국내 사립대 등록금은 최하위 수준이다. 캐나다는 사립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비교에서 제외하더라도 미국, 영국, 호주, 일본에 이어 가장 낮다. 영국은 사립대 전체(석사 이상 포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교육부가 제시한 순위에서 제외됐지만 학사(또는 이에 상응하는 단계) 등록금 기준으로 비교하면 한국보다 등록금이 비싸다. 국내 사립대 등록금 순위도 4위가 아니라 5위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학 시스템이 형성돼온 과정을 무시한 채 국가 간 명목 등록금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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