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의 역설

학령인구 감소 겹친데다 등록금 수입까지 크게 줄어
국제경쟁력 급전직하
정부가 대학에도 ‘교육복지’ 정책을 펴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이다.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해 대학 시장의 진입장벽을 허물었다.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사학을 설립하기가 쉬워졌다. 당시만 해도 대학 숫자는 적은데 대학 졸업장을 갖고 싶어하는 수요자는 넘쳤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대학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교육복지 방향이 이번엔 ‘가격’으로 향했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 자격 요건을 등록금과 연동하는 형태로 대학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물가를 감안한 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2009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정부의 가격 통제 정점은 2011년 ‘반값 등록금’ 시행이다.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하고, 정부는 국가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20여 년에 걸쳐 이뤄진 두 번의 교육복지 정책은 작동 원리가 완전히 다르다. 대학준칙주의가 대학 사회에 자율과 경쟁 원리를 도입해 대학의 다양화·특성화를 달성하려 한 데 비해 반값 등록금은 대표적인 반(反)시장 정책이다. 이런 충돌이 대학 사회에 미친 파급력은 ‘메가톤’급이다.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치면서 대학은 손발이 묶인 채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결과는 참혹하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대학교육경쟁력에서 한국은 지난해 전체 63개국 중 53위에 그쳤다. 2011년만 해도 59개국 중 39위였다. 세계경제포럼(WEF) 역시 한국 대학시스템의 질(質)을 137개국 중 81위(지난해)로 평가했다. 2011년 55위에서 급락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대학들의 또 다른 수입원인 입학금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18일 교육부는 국·공립대 49개, 사립대 281개(전문대 128개 포함)가 2022년까지 입학금을 전면 폐지하기로 하고, 이행계획안을 수립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입학금이 완전히 사라지면 대학이 감수해야 할 재정 감소액은 3506억원가량으로 예상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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