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유엔난민기구 대표 "국제원조 한국 위상 더 높여야"
“수많은 국제 난민이 제대로 된 거처 없이 춥거나 더운 환경에 노출돼 있습니다.”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무실에서 만난 나비드 후세인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대표(사진)는 “UNHCR은 안전한 거처를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로 보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글로벌 쉘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5월 한국대표부로 부임한 후세인 대표는 파키스탄 출신으로 영국 리즈대에서 개발학, 옥스퍼드대에서 난민학을 공부했다. 1993년부터 UNHCR에서 일한 난민 전문가다. 그는 “2007년부터 4년 동안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근무했는데, 그때 난민들이 굶주림과 추위 때문에 많이 사망했다”며 “추위를 제대로 막아줄 거처만 있었어도 피해를 줄였을 것”이라고 했다.

중동 지역에 있는 레바논도 한국보다 위도는 낮지만 겨울이 되면 눈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 난민들이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한다. 그는 “반면 예멘 북부 지역은 여름에 기온이 55도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글로벌 쉘터 캠페인은 기부금을 받아 이런 난민촌에 추위와 더위를 막을 수 있는 텐트, 임시·영구 거처를 제공한다. 한국 가수인 지드래곤도 2016년과 지난해 8월, 자신의 생일을 맞아 UNHCR 한국대표부를 찾아와 각각 8180만원을 기부했다.

후세인 대표는 “6·25전쟁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난민 문제를 설명하면 의외로 많은 한국인이 공감한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 정부와 시민 지원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2년 연속 UNHCR의 ‘2000만달러 클럽(연간 후원 금액이 2000만달러가 넘는 국가)’에 들었고, 한국 기업과 개인이 기부한 금액도 작년 약 36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그는 “국제 난민을 돕는 주요 공여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며 더 많은 기여를 당부했다.

지난해 국제 난민 수는 사상 최대인 약 6775만 명에 달했다. 후세인 대표는 “한국처럼 난민을 돕는 나라가 많아지고 있어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며 “난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각 국가가 이들을 나눠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