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최씨에 대한 1심 법원의 판결은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판결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 14개월여간 114회의 길고 어려운 심리를 끝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관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도 1심에서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요구죄를 적용하는 데 필요한 법리적 판단이 여러 재판부를 통해 동일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최씨의 혐의 대부분이 박 전 대통령과 공모를 통해 이뤄졌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만큼 최씨 못지않은 중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최씨의 일부 단독 범죄를 제외하면 박 전 대통령에겐 징역 15년 이상을 선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거부하고,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점도 형량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에 대해 이 부회장 2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다만 최씨 딸 정유라 씨에게 지원한 말(馬)에 대해서는 말 무상사용 이익만을 뇌물액으로 본 이 부회장 2심과 달리 말의 실질 소유자를 최씨라고 판단했다. 부정한 청탁이나 승계작업 유무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 2심과 마찬가지로 구체적 증거가 없다고 봤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정황 증거로 인정하면서도 부정한 청탁은 없다고 본 것이다.

최씨는 중형을 선고받은 순간에도 예상했다는 듯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