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인천중·고교에서 거행된 만학도들의 졸업식 현장 모습. 독자 제공
인천 남인천중·고교에서 거행된 만학도들의 졸업식 현장 모습. 독자 제공
가난한 시절에 태어나 배움의 길에서 벗어나 있던 259명의 성인들이 중·고교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하게 됐다.

인천 남인천중·고교의 졸업식이 13일 오후2시 본교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열린 졸업식에서는 중학교 146명, 고등학교 113명이 영광의 졸업장을 받았다. 평균연령은 중학교 과정 58세, 고등학교 과정이 54세였다. 최고령자는 각각 76, 77세였다.

이들은 아직도 생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1년 3학기제로 2년씩 중·고교를 마쳤다. 학교 관계자는 “늦게 배운 만큼 수업 참여도가 높고 지속적인 학업 의욕이 대단했다”며 “중학교 졸업자는 90% 이상 고교를 진학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률이 50%에 달한다”고 말했다.

남인천중학교를 졸업한 신옥자(60) 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결혼했으나 힘든 생활이 계속 됐다. 3년 전에는 간경화 진단까지 받았다. 그녀는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병원치료와 입원을 반복하면서 영광의 졸업장을 받게 됐다.

올해 70세인 송정임 씨는 대전에서 등하교하면서 학업의 끈을 놓지 않은 사례로 많은 주변인들의 격려를 받았다. 그녀는 “고교 재학 당시 하루하루가 너무 감사했고, 행복했다”며 “경제적인 어려움과 대전 왕복길이 벅찼지만, 늘어나는 하얀 머리카락과 줄어드는 뇌세포도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서순자 씨(76세)는 졸업 동기중에 나이가 가장 많지만, 지각 결석 한번 없는 모범적인 만학도다. 강문자 씨(60세)는 치매를 앓고 있는 두 어머니(친정어머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해 주위의 격려를 받았다.

이날 졸업식장에는 유정복 인천시장과 제갈원영 시의회 의장, 윤상현·박남춘·홍일표 국회의원, 이강호 시의회 부의장, 이봉락 남구의회 의장, 신은호 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이영훈 시의회기획행정위원회 위원장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남인천중·고는 불우한 환경 때문에 배우지 못한 성인들에게 지속적인 배움터를 마련해 주기 위해 윤국진 설립자가 1984년 학생 7명으로 출발한 새마을실업학교가 모태다. 올해까지 36회 1만 3000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늘어나는 백발도, 줄어드는 뇌세포도 학구열은 꺾지 못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